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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보단 납치가 짭짤해 단기간에 합의보는 브라질판 ‘번개 납치’ 성행… 불평등과 부패가 낳은 높은 범죄율
요즘 ‘번개’라고 하면 한국 사람들은 ‘영판 모르는 사이의 남녀가 채팅이나 전화방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일종의 블라인드 데이트’를 연상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브라질 사람들에게 ‘번개’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연상시키는 건 ‘길거리 신호대기 중이나 주차장 안에서 갑자기 총을 들이대고 납치해서 현금인출기로 데려가거나 식구들에게 연락해 돈을 가져오게 하는, 24시간을 넘기지 않고 합의를 보는 납치범죄’이다.
시장까지 납치·살해
상파울루 같은 대도시에서는 차를 몰고 다니면서 거리에 주차할 일이 있을 때 아무도 카스테레오를 차 안에 놔두지 않는다. 반드시 꺼내서 들고 다니는 것이 습관이 된 지 오래다. 최근 들어 카스테레오 좀도둑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시시하게 카오디오나 떼어서 파는 것보다 사람을 잡아가는 게 수입이 좋기 때문에 번개 납치쪽으로 종목을 변경하는 이들이 많다. 지난 1월19일에는 상파울루 인근의 공단도시인 산토 안드레의 시장이 납치당했다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해서 브라질 전국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발생한 지 한달이 넘은 지금까지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이 사건이 일으켰던 파장은 엄청났다. 날로 대담해지는 범죄집단이 이제는 공권력과 정부 행정력을 공공연히 무시하고 우롱하고 있다는 위협이었다. 카르도수 대통령과 룰라 노동자당 대통령 후보가 만나서 손을 맞잡고 ‘범죄와의 전쟁’에 여야 구별없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시민단체의 항의농성은 물론이고 검·경찰과 사법부의 고위층에서 심각한 자성과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산토 안드레 시장 피살사건의 여파가 가시기 전인 2월 초에는 53일간 억류돼 있던 한 사업가가 구출되면서 범죄 전모가 밝혀졌다. 콜롬비아와 칠레에 근거지를 둔 게릴라단이 브라질로 원정을 와서 유명한 광고회사의 사장을 납치해서 1천만달러의 몸값을 요구했던 사건이었다. 상파울루 대도시 지역 거주민이 범죄사건에 의해 피살될 확률은 유럽 국가에 비해 40배가 높다는 통계가 있다. 상파울루대학 공중보건의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선진국의 경우 사망원인 중 범죄 및 교통사고 등의 외부 원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5%인데 브라질의 경우는 15%나 된다.
내일은 없는 빈자들의 선택
지난 2월18일에는 바로 1년 전에 대규모 폭동으로 상파울루주의 29개 교도소를 마비시켜 전세계 해외토픽 뉴스를 탔던 그 조직범죄단이 다시 주도권을 다투면서 연쇄 폭동을 일으켰다. 9개 교도소에서 동시 발생한 이 폭동 과정에서 수감자 17명이 사망했다. 사회의 부유층 엘리트에서부터 범죄자 수감시설인 교도소 안까지, 꼭대기부터 바닥까지 전반에 걸쳐 범죄의 위협과 파괴력에 부닥친 브라질은 지금 ‘국경은 없고 총성은 있는’ 전쟁을 겪는 중이다.
상파울루=오진영 통신원 ohnong@ig.com.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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