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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고난의 순례자여! 그리스 아프간 난민들의 처참한 생활… 인간밀수업자 통해 유럽으로 유럽으로…
그리스에서 아프간 난민들이 주로 머무는 이곳은 아테네 중심가에 위치한 페디오아레오공원. 아프간 난민들은 이곳을 ‘푸른 공원’이라 부르고 있다. 올해 그리스는 유난히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상대적으로 포근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차가운 겨울비가 끊임없이 내리고 10년 만의 한파가 밀어닥쳤다. 그러나 150명 정도의 아프간 난민들은 겨울비를 막아줄 지붕조차도 없는 공원의 천막에서 지내고 있는 상황이다.
공원에서 한파를 견디다
갑작스러운 외부인의 방문에 아프간 청년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다소 험상궂게 변해갔지만 도와주러 왔다는 말에 적대적인 태도가 누그러졌다. 나중에 그럴 만한 이유를 한 아프간 청년이 설명해주었다. 가끔씩 그리스 경찰들이 이곳에 와서는 아프간 난민들을 연행해가는 일도 있고 지역의 불량배들이 갑자기 천막을 습격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에 언제나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경찰에 연행되는 경우에는 간단한 신원조사 정도에서 그치고 몇 시간 뒤에 되돌아오든지 아니면 밤을 새운 뒤 풀려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불량배가 습격하면 천막을 부숴놓기 때문에 천막을 구해와서 다시 쳐야 하는 힘겨운 상황이 가끔씩 벌어진다고 한다. 석달째 이 공원의 천막에서 생활해온 한 아프간 가족을 만났다. 자신을 마리암 무사이라고 밝힌 아프간 여인은 세명의 자녀와 남편, 남동생과 함께 이곳으로 왔다. 공원에서 생활하면서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무사이는 “목욕을 할 수 없으며 비가 자주 오기 때문에 천막에 물이 스며드는 경우에는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감기로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 식사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질문에 하루에 한번씩 그리스 교회에서 점심 때 무료로 나눠주는 음식으로 연명하고 있단다. 공원의 천막 주위에는 수도시설이 없기 때문에 음식을 해먹기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공원에서 생활하는 아프간 난민들은 그리스 정부가 자신들의 어려운 생활상태를 알면서도 방관만 하고 있다면서 거센 불만을 드러냈다. 현재 아프간 난민들은 그리스 전역에 흩어져 살고 있다. 그중 약 300명이 그리스 남쪽의 도시 ‘파트라’의 서쪽 지역에서 지내고 있다. 이들의 생활조건은 아테네에서 지내는 난민들보다 더 열악하다. 이유는 이들을 도와줄 단체도 없을 뿐 아니라 지낼 만한 적당한 공원조차도 없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생활한 적이 있는 한 난민은 몇몇 사람들이 해변의 낡은 배 아래나 옆에다 비닐로 천막을 만들어 지내지만 비가 올 경우에는 물이 들어와서 도저히 잠을 잘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가까운 곳에 있는 임시난민수용소에 같이 가보자”는 난민들의 권유를 못 이기는 체 받아들였다. 난민들과 함께 간 곳은 아테네 중심가에 위치한 ‘세계의 의사들’이란 비정부기구(NGO)에서 운영하는 임시난민수용소였다. 이곳에는 약 100명의 아프간 난민들이 머무르고 있다. 그들은 이곳에서 한달 이상 머물지 못하기 때문에 한달이 지나면 공원이나 다른 숙소로 옮겨가야만 하는 실정이다. 현재 그리스 정부에서 두개의 호텔을 빌려서 임시로 150명 난민들에게 겨울 추위를 피할 지붕을 제공했다. 하지만 수천명이나 되는 난민들의 수요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형편이다.
난민수용소는 끔찍한 감옥
물론 그리스에도 정식으로 지어진 난민수용소가 있다. 아테네에서 약 100km 떨어진 작은 도시인 라브리오에 있는 난민수용소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많은 난민들은 들어가기에 까다로운 절차와 몇년씩 걸리는 장기간의 난민판정 기간 등의 문제로 난민수용소로 가는 길을 포기하고 있다. 또한 정식난민으로 판정되어 수용소에 거주할 수 있다 하더라도 수용소의 열악한 시설과 환경, 엄격한 통제 때문에 많은 난민들이 이곳을 뛰쳐나오고 있다. 지난해 2월 필자도 이곳을 방문했는데 한방에 약 15명 내지 20명의 사람들이 수용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독서실이나 체육시설, 함께 모여서 여가를 보낼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었고 경찰관들이 상주하면서 난민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 아테네 주재 유엔난민고등판무관 대표와 ‘보호요원’을 만나서 현재 공원에서 살고 있는 아프간 난민들의 문제를 거론했으나 그들은 ‘라브리오’에 난민수용소가 있는데 아프간 난민들이 공원을 선호한다는 얘기만 되풀이했다. 수천명의 난민들이 추위에 떨고 있는 상황에서 즉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그리스 정부나 유엔이나 모두 인도주의 원칙과는 동떨어진 서류상의 관료주의적 조처를 취하고 있었다. 아프간 난민들은 그리스에서의 생활상태가 너무나 열악하기 때문에 생활조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유럽 대륙의 국가들로 넘어가기 위해 이탈리아로 다시 목숨을 건 밀입국을 시도하고 있다. 아테네의 공원이나 페트라의 야외에서 지내는 많은 난민들의 유일한 낙이란 바로 ‘인간밀수업자’를 만나서 정보를 제공받는 일이다. 따라서 매일 공원에는 숙소에 머무르는 사람들과 공원에 머무는 사람들이 만나서 밀입국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게 된다. 그리스 정부나 경찰도 이 사실을 알고 있으나 난민들을 다른 유럽국가로 내몰기 위해서 생활조건을 개선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임시난민수용소에서 만난 마호멧 살립(40)은 원래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중학교에서 수학교사로 일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나 탈레반 정권은 회교원리주의정책을 내세우면서 여성의 교육권을 사실상 박탈했고 학교교육을 종교교육 중심으로 대체하면서 종교와 상관없는 과목의 많은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야 했다. 살립도 교단을 떠난 지 수년 동안 아무 일이나 손에 잡히는 대로 일을 하다가 약사인 아내와 함께 미국에서 테러사건이 나자마자 전쟁을 예감하고 아프간을 떠났다. 그리스에 온 지는 한달 정도 됐지만 아프간을 떠난 뒤 길에서 두달을 보냈다. “공포 속에서 너무나 오랫동안 살아왔기 때문에 비록 현재 몸은 고달프지만 생명의 위협이 없기 때문에 마음만큼은 편하다”고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미국이 책임져라!
이제 아프간 난민문제는 국제화됐다. 며칠 전 프랑스에서는 영국으로 채널터널을 통해 넘어가려던 아프간 난민들과 프랑스 경찰이 충돌했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보트피플’로 표류해온 아프간 난민들을 받지 않고 되돌려보낸 비인도주의적인 정부의 방침이 언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필자가 만났던 아프간 난민들은 왜 자신들이 난민이 됐는지 생각하는 것조차도 싫어했다. 그리고 현재 난민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그리스인들 대다수는 “사우디 출신의 오사마 빈 라덴 하나를 잡는다는 명분으로 아무런 상관도 없는 아프간을 폭격하여 수백만의 난민을 양산한 미국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아테네=하영식 통신원 youngsig@otenet.g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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