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세계] 끝없는 일본 우익의 질주‘새 역사교과서’ 인증 압력에 이어 공영방송 전쟁범죄 시리즈까지 탄압하는 용맹성
일본의 공영방송
〈NHK〉가 반일 편향?
문제가 불거지게 된 것은, 이번
도대체 무엇이 문제가 된 것일까. 먼저 <슈칸 겐다이> 등에 소개된, 일본 우익의 거친 ‘항의과정’부터 살펴보자. 지난 1월27일 오전 10시무렵 이같은 항의 때문일까. 이후 방영된 2회분의 내용은 대폭 수정되었다. 우선 방송시간이 1, 3, 4회에 비해 정확히 4분 단축되었다. 다른 프로그램들은 전부 44분짜리였는데, 유독 2회분만 40분간 방송된 것이다. 이는 무언가가 삭제되었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2회분만 프로의 앞뒤에 1회분 방송내용의 요약과 3회분에 방송될 전시(戰時) 성폭력을 재판하는 세계적인 흐름에 대한 소개를 했다는 점이다. 세 번째로는 2회분의 제목이 애초 ‘제2차세계대전. 일본군에 의한 성폭력’(<월간 더 텔레비전> 3월호에 소개된 제목) 혹은 ‘일본군의 전시(戰時) 성폭력’(전범법정 주최자쪽에 전달된 제목)이었던 것이, ‘문제시되는 전시 성폭력’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일본군’이라는 글자가 사라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범법정에 대한 의문점들을 늘어놓은 한 대학교수의 코멘트를 방송 이틀 전에 급히 취재해 프로에 삽입시키기도 했다.
생생한 증언들 갑자기 사라져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이상한 점은 전범법정에서 가해병사로 증언한 바 있는 스즈키의 증언이 짤려나갔다는 점이다. 스즈키에게는 방송 2∼3일 전에 방송 책임자로부터 “법정에서의 증언 장면을 사용하게 해달라”는 전화까지 왔었지만, 정작 방송엔 한 장면도 나오지 않았다. 함께 증언했던 전 일본군 병사 가네코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분명해졌다. “삭제·수정된 부분이 있었다면, 구 일본군의 조직적 성폭력 실태를 전범법정이 명백히 하고, 쇼와 천황 등 책임자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것을 전하는 부분이었을 것”이라고 <슈칸 겐다이>의 다케우치 가즈하루 기자는 말한다.
물론 이 문제는 최근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 주일 한국대사관 앞에서의 시위 등 일본내 우익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가고 있는 과정에서 제기돼, 일본 내 양심적 지식인들로부터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 우익의 목소리만 높은 것은 아니다. 전범법정을 주최하고, NHK에 공개항의서를 보낸 ‘바우넷 저팬’과 같은 양식있는 목소리 또한 일본에는 건재하다.
도쿄=신명직 통신원 mjshin59@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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