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세계] 마디그라, 그 승리의 역사
길거리에서 동성끼리 키스를 해도 아무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는 곳, 오스트레일리아. 그래서 흔히 오스트레일리아를 ‘동성애자들의 천국’이라고 부르지만 1984년까지만 해도 동성애를 법적으로 금지할 만큼 오스트레일리아도 보수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다. 마디그라는 1978년 6월24일, 세계 동성애자 단결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1천여명의 동성애자들이 모여 고용 및 주택문제 등의 법적 차별의 폐지를 요구하는 행진을 벌이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으로 많은 사람이 피를 흘렸고 다수가 체포되었다. 이런 살벌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79년엔 아예 정식명칭으로 ‘마디그라’를 채택하고 약 3천여명이 모여 시가행진을 벌였다. 하지만 더이상 경찰의 연행은 없었다. 80년부터 마디그라는 여름(2월 내지는 3월)으로 옮겨졌고 규모와 참가자가 조금씩 늘기 시작해, 83년엔 퍼레이드 외에 처음으로 예술 프로그램이 부대행사로 추가되었고, 84년엔 퍼레이드에 5만여명이 몰려들 정도로 큰 행사로 발전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에이즈 공포가 불어닥치면서 동성애에 대한 혐오감이 높아지자 85년엔 거센 외압에 의해 행사가 취소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다음해 미국의 유명한 게이 영화역사가 비토 루소(Vito Russo)의 방문으로 ‘마디그라'는 다시 활기를 되찾았고 88년엔 정식명칭을 ‘시드니 게이 & 레즈비언 마디그라’로 바꾸게 된다. 92년도엔 퍼레이드에 40만 군중이 운집했고, 밤 10시부터 다음 날 아침 10시까지 계속된 마디그라 마감 파티에만 1만6천여명이 입장하는 대규모 행사가 되었다. 이는 82년에 비해 100배 성장한 수치이며, 세계에서 가장 큰 야간 야외 퍼레이드이자, 동성애자 축제로 기록됐다.
마디그라는 이미 3800만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오스트레일리아에 돌려주는 효자관광상품이 되었다. 그 덕분에, 93년부터 남부 시드니 청사에서 마디그라에 5만달러를 후원하게 되었고, 94년에
오스트레일리아 내의 그 어떤 행사보다 큰 경제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정부 지원금뿐만 아니라 대기업이 스폰서로 나서고, 경찰은 행사를 적극 보호한다. 마디그라를 홍보하는 안내책자를 펼쳐보면 항공사(콴타스), 통신사(텔스트라), 치약회사(매클린스), 자동차회사(포드/마쓰다), 음료회사(펩시-콜라)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South Sydney council’과 같은 공공기관의 광고도 보인다. 또한 경찰은 행사기간 내내 호모포비아들의 습격에 대한 대비와 질서 유지를 위해 세심하게 호위할 뿐만 아니라, 퍼레이드에 멋지게 제복을 차려입은 경관팀을 참가시키기도 한다. 이것은 경찰이 성적 소수자들을 차별하지 않고 보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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