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세계] 브라질의 오늘과 내일

책으로 보는 세계/ <브라질을 찾아나선 4명의 저자>

“브라질은 영원한 미래의 나라.” 브라질 사람들이 자조적인 말투로 흔히 쓰는 표현이다. 광대한 국토와 인구, 풍요로운 자연환경과 자원이라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건 아무도 부정할 수 없지만 도대체 이 잠재력이 발휘될 그 미래는 언제일까?

국내총생산이 1조달러 규모로 세계 5위라든가 세계 제1의 설탕, 커피, 오렌지 수출국이라든가 개발도상국 가운데서 두 번째로 많은 외국자본 투자가 이루어진다든가 하는 통계숫자를 보면 가난한 나라는 아닌 것 같은데 인구의 대다수가 교육과 복지와 의료의 혜택 밖으로 밀려나 있는 현실은 21세기에 들어선 지금에도 고집스럽게 변할 줄을 모른다. 한 출판사가 “왜,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기에 그럴까”라고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이 문제를 현재 브라질사회에서 활발한 저술과 연구활동을 보이고 있는 4명의 역사학, 정신분석학, 철학, 인류학 전문가들에게 질문했다. 2000년에 브라질 대륙 발견 500주년을 맞아 기획된 책 <브라질을 찾아나선 4명의 저자>(호코 출판사)는 그 인터뷰 기록이다.

“시민사회의 성숙만이 사유화 되다시피한 국가 권력을 변화시키고 민주 정치의 역량을 키우는 데 기여할 것이다. (중략) 브라질사회의 부르주아의 형성은 프랑스처럼 시민 혁명을 거쳐 이루어지지도, 미국처럼 남북전쟁을 통해 완성되지도 않았다. (중략) 농촌에 근거를 둔 브라질 인구는 20세기 후반기에, 흡수될 경제기반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량으로 도시민으로의 전환을 겪었다.(중략) 이 인구의 형성에서부터 포퓰리즘이 비롯되었고 대중의 빈곤화는 브라질 부르주아가 추구하는 자유 민주주의 발전에 걸림돌이 돼왔다.” 이 이야기는 역사학자인 조제 무릴로의 브라질 현대사에 대한 진단을 기록한 내용 중 한 대목이다.

30여년의 학술 작업을 통해 현대 브라질사회의 정체성을 밝혀내는 데 몰두하고 있는 인류학자 호베르토 다 마타는 브라질 문화의 특성과 장점은 서로 상반되는 모순된 가치들이 공존하는 여유와 융통성에 있다고 지적한다. 노예제도와 식민지 역사에 뿌리를 둔 집단주의와 권위의식은 유럽 지향적인 브라질 지식층이 이식시킨 개인주의 및 자유주의와 충돌을 빚지 않고 평화롭게 어울려왔다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가서 호베르토 다 마타는 브라질의 이러한 다원적인 특질과 이질적인 가치에 대한 관용(톨레랑스)은 갈수록 서로 다른 지역의 문화적, 사회적 코드가 얽혀서 살 길을 찾아야 하는 오늘날의 세계화 시대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데 큰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이 책을 통해 브라질의 오늘과 내일을 돌아볼 수 있다. 브라질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가능성은 가능성으로만 그치고 말 것인가. 이 쉽지 않은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브라질사회를 억누르고 있는 문제점들부터 분석해야 한다. 4명의 저자는 이 작업부터 시작하고 있다.

상파울루=오진영 통신원 ohnong@ig.com.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