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세계] 동성애 혐오의 시스템

책으로 보는 세계 / <천국의 방탕자들>

서양사회에서 동성애자들을 근절시키고자 했던 시도의 역사는 끈질기고 장구하다. 서양의 변방인 브라질도 마찬가지이다. 조앙 시우베리오 트레비잔이 지난 1986년에 내놓은 <천국의 방탕자들>(헤꼬르지 출판사)은 포르투갈의 식민지 시절부터 현재까지 브라질사회가 동성애라는 존재 자체를 멸절하기 위해 동원한 여러 종류의 집단적 폭력의 역사학적, 인류학적 기록이다. 사회현상으로서의 동성애를 연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이 권장되는 이 분야의 권위있는 참고서적인 셈인데 이번에 257쪽을 덧붙인 증보판이 나왔다.

동성애자, 혹은 동성애 의혹이 있는 사람들을 경찰을 동원해 감옥에 가두거나, 정신병동에 감금했던 기존의 동성애자 수난사 외에 이번에 새로 들어간 내용으로는 브라질에서 살았던 동성애자 외국인들의 기록, 대중음악과 동성애 문화와의 관계 등이 있고, 그 사이에 새로이 발견된 동성애자 유명인사들에 대한 자료도 포함돼 있다.

동성애 성향을 가진 외국인들이 브라질에서 거주하면서 느낀 브라질 사회 내 동성애 문화에 대한 감상도 흥미롭고, 히트를 친 유행가 가사들 속에 은밀한 동성애 코드가 숨겨져 있다는 분석도 독자의 눈길을 끈다. 그러나 무엇보다 새로이 발견된 동성애자 유명인사들에 대한 자료가 가장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가 발굴한 동성애자 유명인사들의 목록에는 1920년대 브라질 문화예술계의 모더니즘을 이끌었던 유명작가 마리오 안드라즈도 포함돼 있다. 마리오 안드라즈가 동성애자였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한번도 알려지지 않았다. 트레비잔은 안드라즈가 남긴 일기와 문학작품, 주변인물들의 진술을 토대로 그는 동성애자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작가 트레비전(56)은 본래 신부 지망생으로, 여성·동성애 등의 마이너리티 운동이 한참이던 70년대 미국 버클리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네권의 소설을 비롯한 9권의 저서를 냈다. 그 역시 동성애자인 트레비잔은 미국 게이 운동가들이 주장하는 커밍아웃에는 반대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성적 취향을 드러내고 안 드러내는 것은 철저히 개인적인 사생활의 문제라는 것이다. 동성애 문제를 다루는 그의 목적은 사회가 배양하는 동성애에 대한 분노와 혐오감의 재생산 시스템의 성격을 파헤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에이즈는 경멸과 조롱의 형태로 교묘히 숨어 있던 동성애에 대한 혐오감을 표면에 끌어냈다는 이유에서 10년의 게이운동의 성과를 일시에 무너뜨렸다고 그는 지적한다.

상파울루=오진영 통신원 ohnong@ig.com.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