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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학살을 캐내다 책으로 보는 세계/ <팔레스타인 대학살>
역사교과서 왜곡 시비로 한-일 양국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역사 왜곡이 문제가 되는 것은 지난 역사의 잘못을 깨닫고 배우려 하지 않고 과오를 반복하려고 하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바로잡기는 역사연구를 통해 왜곡된 현실을 바로 잡기 위한 밑바탕이 되는 것이다. 일본의 역사왜곡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와 이해관계가 없는 역사 왜곡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이슬람세계와 중동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다. 지난해 9월 말 이후 한국인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유혈충돌 사태에 주목해왔다. 그렇다고 ‘좋은 나라 이스라엘’과 “착한 유대인들이 폭력주의자들 팔레스타인인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식의 기존 인식이 그리 크게 바뀌지는 않은 것 같다. 홀로코스트, 인종학살 하면 가장 떠오르는 것이 나치에 의한 유대인 대학살이다. 그러나 역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상처받은 피해자가 권력을 가지면 똑같은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나치에 의한 집단 대학살의 희생자들이 가해자가 된 것이다. 그들의 신성한 국가 건설이 선포된 1948년 5월을 전후해 유대인들은 약속의 땅에서 집단학살을 자행했다. <팔레스타인 대학살>은 이제까지 우리가 들어왔던 것과 다른 주장을 담고 있다. 물론 이같은 유의 책이나 정보는 아랍인들에게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책에서 저자 알리 사아데는 가나안 땅에서의 이스라엘의 역사를 간략히 짚어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어설프게 지나가는 느낌이 있지만 아랍인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을 정복하고 다스리기 이전부터 존재했고 그 이후에도 남아 있었음을 지적한다. 저자는 유대인들이 영국을 배후조종해 팔레스타인인들을 억압하였다고 폭로하기도 하고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을 전후한 시기부터 9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과의 충돌에서 발생된 팔레스타인인들의 피해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기도 한다. 이어 사아데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을 전후하여 485개 마을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폭력과 대학살이 자행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이 대변하는 아랍쪽의 주장에 이스라엘은 전쟁과정에서 일부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을 뿐이라고 받아친다. 지난해 1월 발표된 이스라엘 하이파대학의 연구원 유대인 테오도르 카츠의 보고서는 이스라엘군이 1948년 5월23일 밤 북부 하이파시 부근의 아랍계 주민 마을인 탄투라에서 100∼200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집단학살했다고 폭로하고 있지만 이스라엘 내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이렇듯 팔레스타인 민간인학살 사건은 오랫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이 한국인에게 심각한 과제로 등장하는 것 이상으로 팔레스타인인들에게도 팔레스타인 대학살에 대한 진상규명이 중요한 일일 것이다.
암만=김동문 통신원 yahiya@hani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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