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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세계] 병역거부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1960년 소련은 베를린 주위에 6만7500명의 군대를 증강 배치하였고, 1961년 국방예산을 30% 넘게 증액하면서 서방국가를 긴장시켰다. 이에 맞서 서방 연합군은 서독 북부지역에서 소련의 가상 침공에 대비한 대규모 핵전쟁 훈련을 수행했고, 이를 통해 동서 긴장은 한층 고조되었다. 여기에 서베를린으로 탈출하는 동독인들에 대한 연이은 총격, 사살사건은 베를린을 쿠바에 이은 최대 전쟁 가능 지역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러한 동서간의 팽팽한 긴장 속에서 61년 4월 독일연방의회는 병역거부자에 대해 대체복무를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간 꼬리를 물며 이어진 반전 평화주의자들의 외롭고 끈질긴 법정 투쟁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것이다. 1960년 독일 연방행정 법원은 처음으로 22살의 한 젊은이에게 ‘그 누구도 양심에 반하여 무기를 드는 병역을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는 독일기본법(헌법에 해당) 4조3항을 그 개인에 제한해 인정하였다. 이 조항은 이미 49년에 만들어졌지만, 11년간 실질적으로 적용되지 못한 사문화된 조항이었다. 연이은 반전주의자 리들과 당시 국방장관 슈트라우스간의 법정 공방은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에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1960년 3월5일, ‘국제 병역거부자’의 서독 부대표였던 리들은 사하라 지역에 예정된 프랑스의 핵무기 실험을 반대하는 침묵시위를 조직했다. 당시 연설을 통해 리들은 “군국주의자들이 우리의 지구를 더이상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어버린다 해도 인간이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 살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들로부터 우리를 지켜야 한다. 이의 일환으로 우리는 우리에게 있어 사형집행수의 제복과도 같은 군대 유니폼을 입는 것을 거부한다”라고 밝혔다. 이 발언을 전해 들은 국방장관 슈트라우스는 ‘군 모욕죄’로 리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대한 찬반 논쟁이 당시 언론 지면을 달구었고, 10개월에 걸친 심리 끝에 법원은 ‘모욕죄’에 대한 무죄판결을 내렸고, 이를 통해 병역 거부에 대한 우호적 여론의 전기가 마련되었다. ‘군국주의자’와 ‘사형집행수의 제복’이라는 표현이 군인한테는 모욕적이나, 리들에게도 정당한 신념을 위해 적절하게 여겨지는 단어를 사용할 권리가 허가되어야 하며, 이 표현이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는 간주될 수 없다는 것이다. 리들이 지적한 핵전쟁의 위험은 의심의 여지가 없이 심각한 것이며, 따라서 이에 상응한 강경한 표현도 용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리들이 추구하는 신념은 리들의 표현에 의해 명예가 훼손된 독일 군의 신념과 마찬가지로 존중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나아가 ‘병역거부자는 겁쟁이일 뿐 아니라, 서독의 방위력을 약화함으로써 동독의 공산주의자들을 이롭게 하는 전범자이기도 하다’는 국방장관의 선거유세 발언도 리들의 발언과 동일한 수위의 발언이라며 리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가 합법화된 이후에도 법정투쟁은 멈추지 않았다. 60년대 동안 병역대체복무 신청자의 일부에게만 대체복무(시민봉사)가 제한적으로 허가되었다. 68세대인 현 독일연방 환경부 장관인 트리틴도 ‘법정 투쟁’을 통해 병역거부의 정당성을 인정받은 대표적인 경우이다. 대체복무가 일반화되어 있는 현재도 연평균 170명의 ‘완전 병역거부자’들이 처벌을 받고 있다. 이들은 국가에 의한 어떠한 강제도 거부하는 좌파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싸움은 최근 포츠담 고등법원 판결을 통해 병역 거부에 대한 또다른 변화를 유도해 냈다. ‘병역 의무(국방 의무)’가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 행동의 자유권’과 상치할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포츠담 고등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요청해 놓은 상태이다. 61년 반전, 평화주의자들의 노력이 현재와 만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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