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통신원리포트/ 사이버 진찰, 아는 게 병이다?

예전에는 전문가와 직접 마주보고서야 얻을 수 있었던 고급정보를 이제는 정보의 바다 ‘인터넷’을 통해 간편하고 싸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의학정보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지난 7월18일 오스트레일리아 의학협회에서 공개한 한 노부부의 자살사건은 인터넷 의학정보의 잠재적 위험성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 인터넷 의료정보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사이버 진찰을 받게 된 할머니는 자신이 말기 암환자라고 믿게 됐다.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암투병이라는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나?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결국 동반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선택했다. 하지만 검시 결과 할머니에겐 아무런 이상이 없었음이 드러났다. 노부부에 대한 자세한 신상정보는 환자비밀보호와 유족들을 고려해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발표를 계기로 오스트레일리아 의학협회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진찰’에 쐐기를 박을 태세다. 의학협회는 “사이버 진찰이 러시안 룰렛과 같은 목숨을 건 도박”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다. 인터넷 의료상담의 무책임성은 차지하고서라도 직접적인 대면이 없기 때문에 오진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닥터 글로벌’이라는 유료진찰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의사 사이몬 리즐리의 견해는 다르다. 그는 우선 대부분의 환자가 병원으로부터 자신의 병과 치료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얻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사이버 상담은 이런 환자들의 시간과 비용을 아껴줄 뿐 아니라 좀더 다각적이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환자와 의사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접속가능한 의학 및 건강관련 웹사이트의 수는 적어도 1만5천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터넷이 환자에게 좀더 간편하고 효율적인 의료상담을 위한 새로운 매체가 될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잘못된 자가진단, 자가치료 그리고 그에 따른 사고발생의 위험성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시드니=정동철 통신원dcjeong@hani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