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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구멍뚫린 국경, 유럽이 보여 루마니아의 북동쪽, 몰도바와의 국경지대는 89년 혁명이전에는 수백km에 이르는 거리에 철조망, 레이더와 탱크 방어기지 등이 설치돼 있어 날아가는 새의 움직임도 감지할 수 있을 정도의 철통수비를 자랑했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이면서도 러시아와 거리를 두고 있던 루마니아는 러시아의 지배하에 있던 몰도바와 거의 교류가 없었다. 그러나 89년 혁명 이후 루마니아와 몰도바는 화해의 제스처로 상호 무비자 조약을 체결해 국민들의 자유왕래를 보장했다. 두 나라 사이의 장애물이라고는 이제 국경 사이를 흐르는 프루트강뿐이다. 그런데 이 프루트강은 밤이 되면 훔친 물건들을 루마니아에 팔려는 몰도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담배, 가전제품, 심지어는 서유럽으로 원정을 나가는 매춘부들까지 트랙터 타이어 튜브를 타고 월경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이 지역은 서유럽으로 밀입국하려는 아시아인들과 아프리카인들의 통로가 되고 있다. 아시아인들이 루마니아 국경까지 오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밀입국자들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방글라데시인들의 경로를 보면, 먼저 마을에서 서유럽에 파견할 대표자를 한명 선발하고 그를 위해서 1만5천달러를 모은다. 그리고 마피아의 도움을 받아 비행기로 비자가 필요없는 모스크바까지 간다. 모스크바에서 약 10명의 밀입국자들이 모일 때까지 마피아가 제공한 곳에서 숨어 지내다가 몰도바로 트럭이나 버스를 이용해 들어온다. 방글라데시인들이 몰도바에 입국하려면 비자가 필요하지만 국경수비대에 일정 액수의 뇌물을 제공하면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몰도바에 도착하면 다른 마피아에게 인계돼 프루트강을 넘는다. 루마니아의 국경수비 역시 허술하기 짝이 없다. 첨단장비는커녕 허물어질 듯한 건물에 달랑 책상과 의자만이 놓여 있고, 그 좁은 사무실마저 경비견과 나누어 쓰고 있는 실정이다. 한 국경수비대 장교는 “대위였을 때 사용하던 지프를 대령이 된 지금도 사용하고 있을 정도”라고 푸념한다. 경제사정으로 첨단 장비를 설치할 수 없는 루마니아 정부는 밀입국자가 늘어나자 신고전화를 설치해 주민들이 프루트강을 건너는 사람을 발견하면 신고하도록 했다. 독재체제하에서 신고와 감시에 익숙해져 있는 주민들 덕분에 신고전화 설치 이후 전에 비해 많은 밀입국자들을 검거할 수 있었다. 이렇게 되자 몰도바 마피아들은 아예 여권과 신분증 등 필요한 서류를 완벽하게 위조하고 있다. 심지어 출생증명서까지 위조해 서류상 완벽한 몰도바인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에 루마니아 국경수비대도 어쩔 수 없다. “언젠가 폴란드인이 적외선 투시기를 가져와 우리에게 보여준 적이 있는데, 밤에 2km 떨어진 곳에서 토끼가 사랑을 나누는 것도 보이더라. 우리는 211km에 이르는 국경을 망원경 3개로 감시하는 실정이다. 이제 낡은 제복으로 사람들에게 웃음거리를 제공하는 것밖에 할 일이 없다.” 한 국경수비대원의 한탄이다.
부쿠레슈티=황정남 통신원 jungna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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