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촌 ] 2000년07월19일 제318호 

[지구촌] 통신원리포트/ '썰렁한' 에이즈 자가진단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모잠비크 사이에 자리잡은 작은 왕국 스와질란드에서 에이즈 감염여부를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기계가 나와 화제다. 에이즈 자가진단기기(DIY testing kit)는 에이즈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기기다. 이 기기를 만든 알톰사는 신문광고를 통해 “자가검사기기를 사용하면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면서 감염여부를 확인해 자신과 타인의 추가감염을 방지할 수 있다”며 적극적 판촉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에이즈에 대한 체계적 지식을 갖춘 의료인과 상담전문가들의 조언과 상담을 받지 않고 자가진단을 해 양성반응이 나올 경우 충격과 절망감, 사회적 차별에 대한 공포감으로 자살할 위험이 높다”고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자가진단기기 판매가 자칫 자살속출이라는 사회현상을 유발시킬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전문가들의 이런 우려가 당장 현실화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수도 음바바네에서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대부분이 자가진단기기 구입을 원치 않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나라에서 에이즈 문제의 공론화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스와질란드는 인구대비 에이즈바이러스 감염자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세계보건기구의 공식통계에 따르면 이 나라 성인인구의 약 25.5%가 에이즈에 감염돼 있다. 에이즈 감염으로 인해 평균수명이 크게 줄어들고, 감염자들에 대한 치료비용의 과다지출로 보건의료체계가 흔들릴 정도다. 그러나 에이즈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 자체가 사회적으로 금기시되고 있다. 감염자들에 대한 차별도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고 에이즈예방이나 감염자들을 위한 대책이 제대로 마련돼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일부 에이즈 감염자들이 자신의 감염 사실을 떳떳하게 밝히며 에이즈예방 캠페인에 동참하는 용기를 보여주고 있어 작은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에이즈에 대한 담론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올 때 에이즈 예방노력은 비로소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헨트=양철준 통신원YANG.chuljoon@wanadoo.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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