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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대권’은 ‘한수’가 가른다 실책 하나에 울고 웃는 코리안시리즈… 승부는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것
“우즈만 아니었어도…”
김인식 두산감독은 경기 종료 뒤 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아쉬움을 무척 토로 했다. 김 감독은 자칭 ‘딴따라’ 감독으로 소문나 있는데 연예계에 지인들이 많아 술자리에도 일을 마다 않고 달려와 위로하는 이들이 많았다. 김인식 감독은 준우승의 한이 풀리지 않다가 원로 여가수의 노래를 듣고는 그제야 굳은 얼굴을 풀었다. 각설하고. 아뭏튼 김인식 감독이 아쉬워했던 순간은 마지막 7차전이 아니었다. 2연패 뒤 3차전에서 외국인 선수 1루수 우즈의 어이없는 실책 때문이었다. 김인식 감독은 “그 실책만 아니었어도 어떻게 좋은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었을 텐데”라고 애궂은 담배만 연신 피워댔다. 한수에 승부가 결정된다. 수많은 수 중에서 미처 예상치 못한 상대의 한수에 대국 전체의 흐름이 뒤집어진다. 이 한수는 때때로 자기 진영에서 나오기도 하는데 도대체 말릴 수가 없는 것이다. 제아무리 명장이라도 ‘자살골’은 도리가 없다. 대부분의 큰 승부가 실책 때문에 가름 난다. 19차례의 한국시리즈는 어김없이 이러한 승부의 진리를 여러 가지 색깔로 복제해왔다. 한국시리즈 3차전으로 되돌아 가보자. 정규 시즌서 마무리로 뛰다 선발로 돌아선 진필중이 1회부터 연속 안타로 흔들렸다. 현대 외국인 타자 카펜터가 때려낸 1루 땅볼을 잘 잡아놓고도 1루로 뛰어들던 진필중에게 건네는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당시 대부분의 야구인들은 시리즈 전 내년시즌 재계약 해지통보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1루까지 전력 질주하던 카펜터의 파인플레이에 박수를 보냈으나 결과적으로는 우즈의 잘못이었다. 우즈는 공을 잡은 뒤 충분히 2루로 먼저 던져 리버스 병살플레이(선행 주자를 먼저 아웃시킨 뒤 타자 주자를 잡아냄)를 해낼 수 있었으나 주춤거리다 만루 상황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결국 몸에 맞은 공과 희생 플라이로 2점을 내주는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른 셈. 우즈는 1-2로 뒤져 역전을 노려볼 상횡이던 5회에도 1사 1루서 박종호의 타구를 놓쳐 한점을 더 내줬다. 실수는 버릇된다고 했던가. 투-타에서 최고를 자랑하며 내달려오던 현대 선수단이 ‘어쩌면 우리가 한국시리즈에서 패할지도 모른다’는 패배의식에 깊숙이 빠져들었던 때는 6차전 직후였다. 국내 최고 2루수를 자랑하는 박종호가 전부 실점의 단초가 된 실책 3개를 저질렀다. 박종호의 이날 3실책은 포스트 시즌 한 경기 최다실책 타이기록이었다. 4회 타석에는 두산 강혁. 시리즈 내내 무안타로 부진하던 강혁이 잡기 좋은 평범한 2루 땅볼을 때려냈다. 그러나 공은 글러브에 맞고 뒤로 떼굴떼굴 굴러갔다. 선발 정민태는 이후 연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한번 실수는 병가상사. 박종호는 어쩌면 글러브를 바꾸거나, 아니면 교체됐어야 했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시리즈 6차전의 박종호는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7회 2사 1루서 이번에도 타석에는 강혁. 때려낸 공이 박종호 앞에서 불규칙하게 튀어오르며 중견수 앞으로 굴러갔다. 박종호가 입을 떡 벌린 것은 4-4로 맞선 9회. 1사 1루서 심정수가 때려낸 유격수 땅볼을 박진만이 안전하게 박종호에게 던졌고 이어 1루수 이명수에게 중계돼 회심의 병살플레이를 노렸으나 공은 원바운드로 1루쪽 펜스까지 굴러가 두명의 주자가 모두 들어왔고 현대는 패했다. 앞서 열거한 예는 빙산의 일각에 그친다. 박종호는 6차전을 저주의 날이라 생각하고 베개 붙잡고 울었을지 모르지만 현대는 결국 7차전을 승리하지 않았는가. 한국시리즈는 끝이 좋으면 다 좋다.
포스트 시즌의 승패를 좌우한 사례들
또 하나의 실수, 95년 한국시리즈에 오른 OB는 롯데에 2승3패로 뒤져 사실상 롯데의 승리로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6차전서 지금은 특급 마무리 투수지만 당시 신예에 불과 했던 진필중이 완투승을 따내며 마지막 승부까지 이어졌다. 7차전에서 OB에 우승을 헌납한 이가 롯데 2루수 박정태. OB는 2-1로 한점차의 어려운 리드를 잡고 있었으나 상대의 결정적인 패착이 이어져 원년 이후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6회 2사 2·3루서 OB의 공격. 김종석이 때려낸 2루 땅볼을 잡으려던 박정태가 서두르다 뒤로 빠뜨렸고 3루주자는 귀중한 추가점을 기록했다. 최종스코어는 4-2. 박정태의 실수 하나가 그대로 최종 점수로 굳어졌다. 한국시리즈는 실수한 자에게 잔인한 벌을 내린다.
고참들의 실수는 적다, 그러나
시리즈사를 뒤적여보면 역시 확률상으로도 고참들의 실수는 적다. 80년대 후반 최고 전력으로 평가되던 빙그레의 장종훈은 당시 연습생 신화를 달고 막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신예였다. 박정태도 입단한 뒤 프로생활 3년 만에 처음 맞이한 포스트 시즌이었다. 그러나 이제 3년밖에 되지 않은 현대 투수 김수경이 노장 조계현과의 마지막 승부를 이겨낸 것은 또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박종호는 이제 고참 대열로 접어들어가는 완숙한 경지의 선수다. 19년간의 한국시리즈는 결국 승부의 예측불가성을 더욱 공고히 해주는 사례로 보인다.
김성원/ 스포츠투데이 야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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