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스의 음악은 묘하다. 아름답지만 우울하고, 구성은 간결하지만 음의 결이 풍성하다. 또 클래식이면서 록이기도 하다.

1994년 피아니스트 레이첼 그라임스와 기타리스트이자 베이시스트인 제이슨 노블, 비올리스트 크리스티안 프레데익슨이 만나 만든 그룹 레이첼스는 클래식의 실내악에 록의 요소들을 더한 지적이고 독창적이며 서정적인 음악을 들려준다. 이들은 여러 해 동안 다른 음악가나 사진작가, 영화감독, 안무가, 작가, 비주얼 아티스트들과 공동작업을 해왔는데 그만큼 이들의 음악이 어떤 주제에 대해 음의 그림을 그리듯 표현해내기 때문이다. 올리버 스톤의 영화 <애니 기븐 선데이>나 미구엘 아레타의 <스타 맵스>의 음악을 맡았고, 얼마 전에는 화가 에곤 실레를 주제로 한 무용극 음반이 국내에 소개돼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19곡이 가득 담겨 있는 이번 음반을 흐르는 주제는 도시와 인간, 도시에 지쳐가면서도 매혹돼 있는 현대인의 정서다. 가벼움, 투명성, 인간과 자연의 통합이라는 주제를 추구하는 건축가 도요 이토의 사상이 이번 작품의 한 축이다. 길거리 소음이나 어디선가 들리는 라디오 소리들, 불현듯 들려오는 사람들의 목소리 위로 현악기의 선율과 피아노 연주, 록 밴드의 음악이 겹겹이 쌓여 한편의 영화 또는 ‘시각적인’ 작품으로 다가온다. <모스코우 이스 인 더 텔레폰> <팩킷 스위칭> <웨어 해브 마이 파일스 곤> 등 정보의 순환 속에 끼어버린 인간 존재들, 압도적인 기운을 감추고 있는 도시의 마천루에 대한 경외와 은근한 두려움을 표현한 곡들과 <워터 프롬 더 세임 소스> <에스페란자> 등 따뜻하고 조용한 위로들이 번갈아 들려오면서 현대 도시 속의 냉혹함과 따뜻함을 전해준다. 파스텔뮤직.

혼다 마사토 <크라우디드 컬러스>

우리나라에서 재즈는 ‘지나가다 들린 손님’처럼 잠깐 유행했지만, 일본에서는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퓨전재즈의 토대를 탄탄하게 닦았다. 일본 정상의 퓨전재즈 그룹 ‘T-스퀘어’ 출신의 색소폰 연주자 마사토 혼다는 ‘J-퓨전’의 자존심이라고 불리는 아티스트다. ‘북적이는 색채’(Crowded Colors)라는 음반 제목이 암시하듯, 마사토 혼다는 자신의 주종목인 알토 색소폰은 물론이고 바리톤·테너·소프라노 색소폰, 플루트, 트럼펫, 전자목관악기 EWI 등을 연주하며 여러 색깔의 물감이 배합된 팔레트 같은 화려한 사운드를 펼쳐보인다. 가볍고 청량한 멜로디, 스피디한 리듬이 빚어내는 을 첫곡으로 시작해 펑키한 베이스 연주를 담은 , 알토 색소폰의 깊이와 낭만이 흠씬 배어나오는 <하이드레이션>, 복고적인 느낌의 <레트로 캣>, 차분한 피아노 연주로 시작돼 점점 더 흥분을 자아내는 <프레이 포 피이스> 등 10곡이 담겼다. 그는 12월12∼13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세계적 재즈 축제 ‘2003 JVC 재즈 페스티벌’에 초청돼 내한한다. C&L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