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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문화 | 등록 2003.10.17(금) 제48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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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백건우 내한공연] 난해한 음악, 자상한 연주 백건우씨가 이번 내한무대에서 연주하는 곡은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5곡 전곡이다. 올해가 프로코피예프(1891~1953) 서거 50돌인데다 백건우씨가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녹음으로 프랑스의 권위 있는 음반상 디아파종상을 수상한 지 꼭 10년 되는 해여서 레퍼토리 자체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프로코피예프는 러시아에 머물던 1911년에서부터 미국·프랑스를 누비며 활동하던 1932년까지 21년에 걸쳐 피아노 협주곡 5곡을 완성됐다. 학생 시절에 발표한 제1번은 반항적인 현대 작곡가의 작품으로 간주돼 비평가들의 혹평과 청중들의 호평이 엇갈렸던 곡이며, 제2번은 연주자의 체력적 한계를 시험하는 격렬함이 특징이다. 가장 자주 연주되며 대중적 인기가 높은 제3번, 오른팔을 잃어버린 오스트리아의 피아니스트 폴 비트겐슈타인을 위해 작곡한 <왼손을 위한 협주곡> 제4번, 자유롭고 덜 기교적인 제5번 등 모두 피아노의 새로운 음색을 탐구한 프로코피예프의 특징이 잘 드러난 곡들이다. 백건우씨는 서울시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춰 10월23일엔 1번·3번·4번을, 25일에는 2번과 5번을 들려줄 계획이다. 라벨 전곡 연주로 세계 무대에 데뷔했지만 한 작곡가의 전곡 연주는 아무래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는 “특히 프로코피예프 전곡 연주는 사람의 한계에 이를 정도로 육체적으로 힘이 든다. 인생의 모험으로 느껴진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연륜이 깊어갈수록 음악에 대한 태도도 조금씩 달라진다. “맨 처음 라벨 연주를 할 때는 정말 도망가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는 청중과 대화한다는 느낌이다. 내가 좀 부족해도 서로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기대를 갖고 도전할 수 있다.” 백건우씨는 자타가 공인하듯 19세기 말과 20세기 전반을 관통하는, 갖가지 사상과 예술 사조의 혼란기에 만들어진 작품을 해석하는 데 정열을 쏟아왔다. 특히 모차르트에 버금가는 천재성을 가진 동시에 타고난 반항아였던 ‘앙팡 테리블’ 프로코피예프에 대해선 각별한 애정을 품고 있다. “나는 협주곡 중 특히 2번을 사랑한다. 1911년 1번을 작곡할 때만 해도 프로코피예프는 자신만만하고 당당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2년 뒤에 발표한 2번에는 눈에 띄게 성숙한 프로코피예프가 자리잡고 있다. 그는 친구의 자살을 목격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작곡했다. 2번의 1악장에는 피아노 역사상 어느 곡에서도 볼 수 없는 긴 카덴차(한 악장 또는 곡이 끝나기 전 솔로 연주자가 펼치는 화려한 즉흥 연주)가 있는데, 이는 한 인간이 목숨을 끊기 전 자기 인생을 뒤돌아보는 고통스러움이 담겨 있다. 그런가 하면 마지막 악장에서는 자기 중심적이었던 사고가 인류에 대한 폭넓은 사랑으로 확대되는 걸 느낄 수 있다.” 대중들에게 익숙지 않은 난해한 프로코피예프 곡을 연주하는 것이 두렵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곡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고 쉽고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청중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연주자의 책임이다. 연주자가 곡을 진정으로 ‘파악’하고 자신 있게 연주하면, 누구나 어려움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 곡을 연주하면 세계 어디서나 관객들의 반응이 늘 만족스러웠다.” 이번에 백건우씨와 호흡을 맞추는 지휘자 루카 파프는 스위스 출신으로 주로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현대음악에 능통하다. 현재 에스파리나 국립오케스트라 등에서 객원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루카 파프는 백건우씨와 프로코피예프를 함께 연주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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