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길 위의 노래
전인평 지음, 소나무(02-325-4660~1) 펴냄, 1만8천원
세종대왕은 실크로드 소그드인들의 음악에서 영향을 받아 <여민락>을 지었다. 우리 국악에는 이처럼 다양한 길을 통해 흘러온 음악들이 뒤섞여 있지만 우리는 그 뿌리를 외면해왔다. 전인평 중앙대 국악대 교수는 국악과 만나는 실크로드 음악을 찾아 20년째 중국·인도·몽골·아랍·네팔 등을 떠돌았다. 이 책은 그가 여행길에서 만난 12개 나라의 전통·민속 음악을 깊이 소개하면서 그곳의 사람들과 문화와 전통까지 이야기하는 ‘음악 기행문’이다. 인도에서 건너온 장구와 거문고가 우리 악기가 된 이야기나 판소리처럼 ‘반음 꺾는 목’을 가진 잊혀진 아랍음악 이야기 등을 들을 수 있다.
남을 향하며 북을 바라보다
아리엘 도르프만 지음, 한기욱·강미숙 옮김, 창비(031-955-3350) 펴냄, 1만5천원
남미 출신의 세계적 작가인 도르프만은 이 회고록을 “나는 여기서 이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될 사람이다. 과거의 어느 날, 여러 해 전 칠레 싼띠아고에서의 어느날, 난 죽었어야 하는데 죽지 않은 것이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그의 생애에서 1973년 피노체트의 군부 쿠데타와 대통령 아옌데의 죽음은 아직도 커다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두살 때 미국으로 이주해 자라다가 매카시즘의 광풍을 피해 칠레로 이주해 아옌데 혁명의 환호와 절망을 경험하면서 미국 패권주의에 대항해 자기정체성을 고민해온 지식인의 삶을 통해 우리 현대사와 현재의 지구화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일곱개의 숟가락
김수정 글·그림. 행복한 만화가게(02-337-0700) 펴냄, 1만2천원
김수정의 <일곱개의 숟가락>이 13년 만에 재출간됐다. 디지털 작업으로 색깔을 입힌 그림은 원작보다 한결 깔끔해졌다. 부모님들이 한꺼번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할아버지 조대장과 함께 사는 다섯 사촌남매, 그리고 한쪽 눈을 잃은 강아지 윙크가 함께하는 가족의 모습은 낯설고 독특한 것이었다. 작가는 사고로 부모를 잃은 뒤 아이들이 안게 된 상처와 슬픔을 일상적 몸짓과 대사를 통해 잔잔하게 드러냈다. 철이 덜 든 듯한 할아버지와 각기 성격이 다른 다섯 아이는 서로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고 상처 입히기도 하지만 사랑으로 어려운 나날을 이겨낸다.
내 시대의 초상
이윤기 지음, 문학과지성사(02-338-7224) 펴냄, 8천원
소설가이자 신화연구가, 번역가인 이윤기의 새 연작 장편소설. “호롱불 밑에서 <천자문>을 읽던 그 아이 앞에 지금 전기를 먹는 기계가 잔뜩 놓여 있는” 수직적 변화를 겪은 작가가 속한 ‘이상한 세대’의 초상화다. 양반 위세를 떨면서 결국 노총각 아들을 ‘수입한’ 외국인 며느리에게 장가보내는 아제의 희비극적 모습을 그린 ‘뿌리 너무 깊은 나무’, 대기업의 전무이사에 오르기까지 앞만 보고 달려오다가 회사에서 내쳐지며 종적을 감춘 친구의 허망한 삶을 다룬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 작가가 다음 세대 삶의 방식으로 기대하는 유목민적 삶을 그린 ‘호모 비아토르’(떠도는 인간) 등이다.
무질서의 지배자 마오쩌둥
조너선 D. 스펜스 지음, 남경태 옮김, 푸른숲(02-364-7871) 펴냄, 1만1천원
<천안문> <현대중국을 찾아서> 등 세밀한 사실을 소화한 뒤 중국사의 흐름을 풀어내는 저술들로 유명한 스펜서가 바라본 마오쩌둥의 생애. 중국 근대사가 늪 속으로 빠져들던 1893년 후난성 시골마을의 평범한 농가에서 태어난 민족해방과 사회주의 혁명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풀어낸 ‘영웅’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청년기에 읽은 책들과 여백에 남긴 메모들, 비극으로 끝난 결혼생활 등 개인적이고 숨겨진 사실들과 거대한 역사적 사건들, 정치적 투쟁과 논쟁의 역사 등을 하나로 묶으면서 “무질서의 세계를 무질서의 방식으로 돌파해간” 지도자의 복잡한 모습을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