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제대로 듣기는 어려운 ‘월드뮤직’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음반은 대단한 선물이다. 4장의 CD에 유럽·아프리카·아시아·아메리카에서 온 72곡이 담겨 있다. 북유럽 켈트족의 민속음악부터 집시음악, 아프리카의 마그레브 민속음악, 페르시아 음악, 흑인 노예들과 백인들의 혼합 문화인 크레올 음악, 일본, 중국, 몽골과 인도, 인도차이나, 중앙아시아를 거쳐 북아메리카 ‘인디언’ 음악, 중남미와 오스트레일리아, 태평양제도의 음악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의 민속·고전 음악을 체계적으로 모았다. 영국의 민속음악 전문 레이블인 아크(ARC)에서 발매된 음반 중 각 지역을 대표할 만한 곡들을 골랐다.

음악평론가 박창호가 각 지역과 나라의 음악 특징을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꼼꼼하게 정리한 소책자가 함께 들어 있다. 각 지역의 음악을 기악과 성악 등으로 분류해 해설하고 역사, 악기, 연주 모습, 지도 등도 담았다. 이 책을 보면 우리가 흔히 스코틀랜드의 악기로 생각하는 풍적(백파이프)이 켈트족의 음악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악기이며, 유럽 전역에 켈트족이 진출했던 역사의 흔적으로 스페인의 아스투리아 지방에서도 백파이프 음악이 연주된다. 몽골의 찰현악기 모린 후르는 한국의 해금과 비슷한 악기이며,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음악은 아름다운 멜로디보다는 어둡고 둔탁한 분위기로 주로 부족의 영욕이 뒤얽힌 서사성을 드러낸다.

그렇다고 머리 싸매고 공부할 만한 어려운 곡들은 아니다. 파두 <라그리마>, 보사노바 <걸 프롬 이파네마>, 안데스 지역의 <엘 콘도르 파사> 등 우리에게 익숙한 노래부터 쾨마가창·모람가창 등 독특한 노래들까지 독특한 맛과 정서가 매력적이며 아름다운 음악들이다. C&L뮤직.

임형주 <실버 레인>

맑은 고음의 팝페라 가수 임형주의 <샐리 가든>은 올해 가장 많이 팔린 클래식 음반이다. <실버 레인>은 그의 두 번째 음반이다.

클래식 성악가에서 팝페라 가수로 변신한 그는 이번에 서양음악 위주의 음악에서 가곡의 영역으로 음악 세계를 넓혔다. 가곡 <그리워> <동심초> <찔레꽃> 등이 임형주의 맑고 투명한 하이 테너 음색으로 흐른다. 소박한 편곡에 군더더기 없는 창법은 깔끔하고 신선한 느낌을 준다. 이 밖에도 한-일 월드컵 1주년 광화문 콘서트에서 임형주가 불러 호평받았던 오페라 <보헤미안 걸> 중 아리아 <아이 드림트 아이 드웰트 인 마블 홀스>, 오페라 <지아니 스키키> 중 아리아 <오 미오 바비노 카로>, 오페라 <파리데 에드 엘레나> 중 아리아 <오 델 미오 돌체 아도르> 등에서는 그의 탄탄한 성악 발성을 엿볼 수 있다.

포레의 <아프레스 윈느 레브>는 임형주가 스승인 메조소프라노 웬디 호프먼과 함께 멋진 앙상블을 이뤘고, 스코틀랜드 민요 <윌 유 고？>, 팝가수 스팅의 <필즈 오브 골드>, 민요 <아리랑> 등이 고루 들어 있다. 신나라 레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