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 2003년08월13일 제472호 

그들의 총구는 어디를 향했나

[일본 오키나와의 주일미군]

사람들에게 주일미군을 아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주한미군도 아니고 바다 건너 있는 주일미군까지 알아서 뭐하냐”는 대답이 돌아온다. 하지만 우리 처지에서 주일미군은 남의 일이 아니다.

주한미군(USFK)와 주일미군(USFJ)은 미 태평양사령부의 작전통제를 받는다.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 미군 사격장에는 주한미군뿐만 아니라 괌, 일본의 미 공군기들도 와서 폭탄 투하 연습을 한다. 우리는 ‘주일미군이 왜 허락도 없이 우리 땅에 오느냐’고 비판하지만, 미군 처지에서는 주한미군이나 주일미군이나 태평양사령부의 지휘통제를 받는 ‘한솥밥 병력’이다.

제2사단 등 강력한 지상군을 가진 주한미군과, 해군과 공군, 해병대 위주로 편성된 주일미군은 전력 면에서 서로 보완적이다.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임무와 구실을 보면 이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한몸이다. 한반도에서 분쟁이 벌어지면 일본 주둔 미 해·공군과 해병대가 한반도로 출동한다. 오키나와에는 미 제3해병 원정대 1만7500명이 주둔하고 있다. 오키나와 미 해병대는 한반도 유사시에 북한 남포나 원산 지역 등에서 북한군의 허리를 자르는 상륙작전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시에 한반도에 투입될 증원전력의 30%가량은 주일미군이다. 주일미군은 유사시 한반도에 증원병력으로 직접 파견될 뿐 아니라 정비와 휴식, 탄약 재보급, 정보수집, 의료 지원 등 미군 발진기지 구실을 맡는다.

2000년 5월25일 제임스 스미스 주일 미공군사령관은 일본 와의 기자회견에서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미 공군기지에 열화우라늄탄이 저장돼 있고, 이 우라늄탄은 가데나 기지의 전투기가 아니라 한국의 오산기지 등에 배치되어 있는 공격기가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올 3월2일 원산 근처 동해 상공에서 미군 정찰기에 북한 전투기가 접근해 한반도 위기가 고조된 적이 있었다. 당시 북한에 대한 전자정보 수집과 통신감청 등을 하던 미 RC-135 정찰기는 오키나와 미군기지에서 발진했다.

주일미군 기지는 오키나와 등지의 해병대, 가데나의 제18항공단, 미사와의 제35전투항공단, 요코스카의 제7함대 등이 있다. 1970년대 도쿄 일대의 미군기지가 정리·통합된 이후 주일미군 기지는 현재 89개 시설, 3만1350ha에 이른다. 이 가운데 주일미군의 절반가량인 해병대가 주일미군 기지 전체 사용면적의 75%가 몰려 있는 오키나와에 있다.

서울 도심의 용산기지를 비롯해 부산, 대구, 군산, 평택, 동두천 등 전국 곳곳에 미군기지가 있다. 최근 우리 사회는 한강 독극물 방류사건, 여중생 사망사건 등 미군들이 일으킨 사건사고를 민족 자존심과 직결된 문제로 받아들였다.

반면 일본 상황은 조금 다르다. 일본에서 주일미군 문제는 오키나와 문제다. 일본 도쿄 등에서 학생이나 직장인들에게 주일미군에 대해 물으면 “나는 일본에서 미군을 직접 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다”는 뜻밖의 대답을 하는 경우가 꽤 있다. 미군기지가 몰려 있는 오키나와가 본토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1945년 일본 패전 뒤 1972년까지 미군 점령하에 있었기 때문이다.

동북아 패권 유지의 두 축인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샴 쌍둥이인 것처럼 오키나와의 평화와 매향리의 평화도 붙어 있다. 한국과 일본의 평화세력은 연대해야 동북아 평화를 지킬 수 있다. ‘한국 일본 오키나와에 관한 기록과 기억 사진가 10인의 눈’은 이 사실을 일깨워준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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