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 2003년08월06일 제471호 

손맛 즐기며 추억 듣는다

[LP 음반, 아날로그 오디오의 매력]

재발매되는 한국 음악 황금기의 음반들은 대부분 LP 음반이다. 이제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LP를 들을 수 있는 턴테이블이 사라져버린 지 오래니 ‘마니아의, 마니아에 의한, 마니아를 위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재발매 음반들이 대부분 하루 이틀 사이에 매진된 데서도 볼 수 있듯 아날로그 마니아층은 의외로 두껍다. 여전히 LP 음반만 모으는 사람들이 많고, 인터넷에는 LP25.com 같은 LP 전문 사이트들이 있으며, 서울 신촌과 홍익대 앞 음반가게, 청계천 상가 등에도 여전히 LP 단골손님들이 모인다. 오디오와 음반 마니아들이 가장 많이 접속하는 사이트인 실용오디오(www.enjoyaudio.com)에서는 턴테이블, 20~30년 넘게 된 진공관 오디오와 트랜지스터 오디오 등이 많이 거래된다. 트랜지스터 오디오 중 많이 거래되는 마란츠 2285B 리시버(앰프+튜너)는 50만~60만원이고, 100만원이 넘는 것도 거래된다.

왜 이들은 이미 한 시대 전 사라져버린 아날로그 매체와 기계에 열광할까. 최근 구석에 처박아뒀던 턴테이블과 LP 음반을 끄집어내 듣곤 하는 회사원 임아무개(38)씨는 최근 28년 된 빈티지 오디오를 실용오디오를 통해 15만원에 샀다. 그는 “오래된 트랜지스터 오디오는 IC칩으로 작동하는 요즘 디지털기기와는 다른 맛이 난다. 디자인이 투박하면서도 멋있고, 리모컨이 아닌 손으로 기계를 조작하고 조심스레 손으로 판을 다루고 바늘을 올리는 손맛이 좋다. 음질보다는 처음 음악을 듣던 때의 추억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는 느낌 때문에 LP 음반을 듣게 된다”고 말한다.

비트볼레코드의 이봉수씨는 “CD가 고등학교 갓 졸업한 젊은 애인 같다면, LP는 오래 사귄 약간 연상의 편안한 연인 같다. 음반의 골을 따라 움직이는 바늘(카트리지)을 바라보며 인생을 반추하게 된다”고 했다. LP를 유독 좋아해 주로 LP만들 모았다는 김상만씨는 “작은 크기의 CD보다 훨씬 예술적인 음반 커버를 보는 즐거움이 있고 추억을 되살려놓는 잡음이 정겹다”고 말한다. 이처럼 대부분 30~40대인 아날로그 애호가들은 LP 음반이나 아날로그 오디오가 음악에 얽힌 향수와 추억을 되돌려준다고 얘기한다. 정신없이 적응해야 하는 삶에서 잠시 쉬어갈 ‘섬’이 돼준다는 것이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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