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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방의 원고, 햇빛 속으로 책갈피 | 소명출판사가 펴내는 소설집 시리즈
‘소설가’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이 물음에 통속적으로 답하자면 이렇다. 작가의 덕목은 인내심이다. 신춘문예 당선까지 지루한 나날을 견디고, 평론가와 출판사의 ‘찜’을 받는 순간을 기다려야 한다. 골방에서 글쓰는 건 자유지만 세상사람들에게 글이 읽히는 건 제도다. 때를 못 만나 책의 외피를 입지 못했던 글들이 눈 밝은 이들에 의해 세상의 빛을 봤다. 소명출판사가 잇따라 내놓은 세권의 소설집 <내 안의 불빛>(정혜주), <을를에 관한 소묘>(김정주), <디오니소스의 죽음>(도태우).
<을를에 관한 소묘>는 “각종 신춘문예와 문학지를 통해 오똑한 등단을 꿈꾸었으나, 최종심만 오르다가 번번이 낙방하는 쓴맛의 세월을 보내온” 40대 여성작가 김정주씨의 중·단편 4편이 실렸다. 이 가운데 ‘알수없는 문’은 하버마스와 줄리아 크리스테바와 시몬 베유에 둘러싸여 사는 심한 안짱다리 지식인 여자가 ‘죽음 없는 지식’을 영원히 고형화하기 위해 온 집안의 문과 자신의 얼굴을 시멘트로 바른 채 죽어간다는 이야기다. 죽어 있는 지식에 대한 섬뜩한 우화다. 표제작 <디오니소스의 죽음>은 음악을 위해 생을 불태웠던 로커 ‘권’의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아내 ‘하영’의 이야기가 추리소설 형식으로 쓰여졌다. 3년 동안 참 소리를 얻기 위해 오두막에서 ‘독공’을 했던 권과 건반 위에 올려진 열 손가락의 터치가 완전히 균등한 힘으로 이뤄지는 불가능에 도전했던 하영의 에피소드가 대위법처럼 펼쳐지며 불행한 가족사, 폭발을 내장한 열정의 정체가 밝혀진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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