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 2003년06월11일 제463호 

이 여름에 공포랑 놀자

공포영화

상영 중인 <다크니스>와 <이도공간>, 6월13일 개봉하는 <장화, 홍련>, 6월27일 개봉하는 <주온>을 비롯해 7~8월 개봉작인 <여우계단> <4인용 식탁> <거울 속으로> <아카시아> <어벤던> 등 9편의 공포영화가 관객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올해 공포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가족의 비극과 그로 인해 귀신 들린 것처럼 보이는 집을 소재로 삼은 작품들이 유난히 많다는 점이다. 공포 영화하면 으레 나타나는 살인마가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여대는, 피칠갑한 슬래셔 무비가 없는 대신 한을 품은 채 죽은 혼령,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처받는 사람들을 그린 슬퍼서 공포스러운 정서가 가득하다. 할리우드의 살인마 영화와는 다른 ‘한국적인 공포영화’의 코드를 찾은 걸까.

자우메 발라게로 감독의 스페인 영화 <다크니스>는 미국에서 스페인의 한적한 시골의 그림 같은 집으로 이사온 가족의 이야기다. 40년 전 아이들이 실종됐던 이 집에서 아버지는 미쳐가고 동생은 목이 잘린 아이들의 그림을 그려대고 어머니는 기묘할 정도로 냉정해지는 가운데 가족은 차츰 공포스러운 존재가 돼간다.

<장화, 홍련>은 계모와 어린 자매, 우유부단한 아버지가 빈틈없이 정리된 고전적인 집안에서 벌이는 비극을 그렸다. 시미즈 다카시 감독의 일본 영화 <주온>의 배경 역시 공포스런 집이다. 한 남자가 부인을 살해한 뒤 죽고, 아이는 실종된다. 5년 뒤 이 집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죽거나 계속 나타나는 소년의 유령에 시달린다.

장궈룽의 유작 <이도공간>은 어릴 때 부모가 이혼한 상처로 누군가 자신을 버리면 큰 상처를 입는, 귀신을 보는 젊은 여성 얀과 그를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 짐(장궈룽)의 이야기. 얀이 회복될 무렵 짐은 학창시절 자신을 좋아하다가 자살한 여학생의 귀신을 보기 시작한다. 고층빌딩 난간 끝에 선 짐이 “지금까지 난 한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어. 네가 원하는 걸 알아. 내가 죽길 원하잖아”라고 말하는 장면은 장궈룽의 죽음과 겹치며 팬들을 울린다.

7월 개봉예정인 <4인용 식탁> 역시 심령 스릴러. 결혼을 앞둔 인테리어 디자이너 정원(박신양)은 지하철에서 여자아이의 죽음을 목격한 뒤 죽은 아이의 영혼을 보고, 귀신을 보는 ‘능력’ 때문에 괴로워하는 주부 연(전지현)을 통해 자신의 과거에 얽힌 상처를 알게 된다.

유지태 주연의 <거울 속으로>는 백화점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공포스릴러다. 거울상과 실물을 혼동해 동료를 사살한 충격으로 경찰을 그만두고 백화점 보안실장으로 근무 중인 우영민 앞에 가해자를 짐작할 수 없는 주검이 연쇄적으로 나타난다. 거울로 상징되는, 익숙한 세계상이 거꾸로 뒤집힐 때 조용히 엄습하는 한기 같은 공포를 느끼게 한다.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 여우계단>은 여학교 기숙사의 계단을 배경으로 서로를 밟고 일어나야 하는 여고생들의 ‘소원빌기’ 때문에 일어나는 기괴한 사건들을 다뤘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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