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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편대, 제왕을 잡을까 설 연휴를 기다린 국내외 예비 흥행대작들… 한국영화 vs 외국영화, 로맨스 vs 비로맨스
<이중간첩> 명성에 맞서는 ‘엽기 클래식’
손예진은 젊었을 적 어머니 주희와 그의 딸 지혜를 1인 2역으로 해냈는데, 좀더 눈길을 잡아끄는 건 첫사랑을 펼치는 주희쪽이다. 어머니의 첫사랑은 그의 정혼녀를 대신해 편지를 써준 고등학생 준하(조승우)였다. 그런데 지혜의 현재와 주희의 이런 과거는 닮은 꼴이다. 대학선배 상민(조인성)을 좋아하는 지혜(손예진)는 적극적인 친구 수경의 부탁을 받고 연애 이메일을 대신 써주는데, 엉뚱하게 이 편지로 상민과 수경이 연인으로 연결된다. ‘편지 대필자’ 지혜는 상민과 연결될 틈이 보이지 않지만, 어머니 주희는 처음부터 또 다른 대필자 준하와 멋진 추억을 만들기 시작한다. 준하가 여름방학을 맞아 시골 삼촌집에 놀러갔다가 그곳에서 요양 중인 주희를 만나 소설 <소나기>를 빼다 박은 듯한 추억을 남기게 된다. 이들의 사랑을 갈라놓는 건 준하의 둘도 없는 친구가 주희의 정혼자라는 점과 뜻밖에도 박정희 정권의 월남 파병이다. 수십년의 시차를 두고 교차편집되는 두개의 로맨스는 개연성 빈약한 반전을 거듭하며 관객의 애간장을 녹이려 드는데, 결국은 영화의 형식처럼 ‘대를 이어’ 사랑을 이뤄내는 놀라운 마침표를 찍어낸다(직접 보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마무리여서 지나친 정보유출로 볼 필요는 없어 보인다). 공교롭게도 현재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영화들은 <클래식> 같은 코믹 로맨스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좌석점유율 90% 안팎을 기록하며 뒤늦게 승승장구하는 <품행제로>는 불량한 영웅 류승범을 중심으로 임은경과 공효진이 발칙한 경쟁을 벌이고, 임창정의 코믹 연기가 차분해서 더욱 효과를 본 <색즉시공>은 질펀한 성적 농담을 도발적으로 펼치며 이 시대의 리얼리티에 걸맞은 코믹 로맨스를 펼친다. 특이하게도 <품행제로>나 <클래식>은 각각 1980년대와 1960~70년대를 배경으로 30대 이상의 연령층에게 짙은 향수를 확실하게 자극해주는 장면들로 풍성하다. 정치적으로 숨막힌 시절에 맞춤하게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사랑만을 기억하는 어른들이라면 이래저래 그 결핍증을 대리해소해줄 만한 영화들이다.
로맨스의 외양은 있지만 알맹이는 없네
<영웅>은 과도한 중화주의에 진시황 같은 독재자에 대한 옹호, 이야기 단락마다 현란하게 색감을 바꿔가는 탐미주의를 위해 로맨스를 희생시킨 경우다. 뒤에 춘추전국시대를 마감시키고 진시황이 되는 진나라의 영정은 수많은 무사들의 암살시도를 피해가야 했다. 장천·파검·비설이 특히 위협적인데, 어느 날 미천한 장수 무명이 이들을 모두 처치했다며 영정을 찾아온다. 영정이 그의 무용담을 먼저 청해듣고, 이어 영정이 그의 이야기를 정정하다가 마지막에 진실이 펼쳐진다. 무명의 이야기는 질투를 주제로 붉은색으로 펼쳐지며, 영정의 상상은 희생을 상징하는 푸른색으로 펼쳐진다. 질투나 희생이란 구도로 풀어갈 수 있는 건 모두 파검(양조위)과 비설(장만옥)이 연인 사이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장이모식 무협정신이 이들의 비극적 사랑이 전할 법한 극적 감동의 계기를 깨끗하게 탈색시켰다. 영정이 대륙을 통일해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무사는 뒤로 물러서야 한다고 ‘갑자기’ 깨달은 파검 때문이다. 비설은 파검이 고집하는 진정한 무의 세계에 대항해 사랑뿐 아니라 목숨마저 잃고 만다. ‘어리석은 비설’과 ‘진정 현명한 파검’의 구도도 그렇거니와 이 때문에 깨지는 로맨스에 감정이입을 하기란 웬만한 ‘배포’가 아니고서는 곤란해보인다. <영웅>이 대만 출신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이나 홍콩 왕가위의 <동사서독>만큼 독창적 무협극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중화권 영화인들이 합심한(이연걸·양조위·장만옥·장쯔이 등 중화권 스타들의 총출동, <신용문객잔> <소림축구>의 정소동 무술감독, <현 위의 인생> <패왕별희>의 후오팅샤오 미술감독) 무협 총정리를 복습하는 기분으로 편안하게 볼 일이다.
스필버그도 한국의 설을 기다렸다
이성욱 기자 lewo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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