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미디어는 진화한다 기존 권력에 맞서는 전략적 매체로 떠올라… 지배 집단의 이미지 메이킹 도구로도 쓰여
호메이니가 샐먼 루시디의 <악마의 시>를 보고 루시디에 대한 암살 명령을 공개적으로 내린 것은 유명한 일화다. 루시디의 생명은 위험해졌지만 덕분에 그와 그의 책은 세계적 명성을 누렸다. <미디어 바이러스>는 ‘뉴욕의 <세븐 데이스>라는 잡지가 옳다면’이란 전제를 달고 이를 미디어 바이러스가 작동한 사례로 들었다. 루시디의 대리인이 초기의 낮은 판매율에 대해 걱정한 끝에 호메이니에게 책을 한권 보내면서 뭔가 일어나기를 바랐고, 실제로 뭔가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폭동으로 번진 로드니 킹 구타사건도 미디어 바이러스의 한 사례다. 백인경찰이 한 흑인용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증오어린 폭력을 행사했고, 이는 2분 정도의 홈비디오에 흐릿하게 녹화됐다. 이 장면은 미디어 공간을 통해 ‘피드백’되고 되풀이돼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폭력적인 사건 가운데 하나”(LA 폭동)를 초래했다.
미디어를 다루는 사람들의 전략
왜 하필 바이러스일까 바이러스가 세포를 공격하는 방식은 이렇다. 바이러스는 살아 있는 생물인 박테리아나 세균과는 달리 단순히 유전자 물질을 담고 있는 단백질 껍질일 뿐이다. 바이러스는 이 껍질을 이용해 건강한 세포에 들러붙은 다음, 자신의 유전자 코드를 세포 내부에 주입해 세포의 기능과 재생산 방법을 영구히 바꿔버린다. 이 세포는 바이러스를 복제하는 공장이 돼버린 것이다. 하나의 트로이의 목마인 셈이다. 미디어와 함께 성장한 세대는 생물학적 바이러스가 인체나 공동체를 통해 퍼지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미디어 공간을 통해 미디어 바이러스를 전파한다. 굳이 어떤 음모가 있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트로이의 목마처럼 미디어 바이러스에 담긴 유전자 코드는 기존권력에 대한 도전과 전복의 수단으로 활용된다. 러시코프는 기존문화를 공격하기에 가장 쉬운 도구로 어린이 프로그램과 MTV를 예로 든다. <피위의 플레이하우스> 같이 인기 있는 어린이 프로그램이 동성연애자 생활양식을 은연중에 가르쳐준다거나 <심슨 가족> 등이 (마리화나의 작용이라 할) 환각적 세계관을 표현하리라고는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 정치세력이 미디어 바이러스를 의도적으로 퍼뜨리기도 한다. 일명 순이 스캔들이라는 우디 앨런과 미아 패로 스캔들이 터지자 대중들은 충격받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미디어의 인물이 자기 연인의 딸과 성교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이를 민주당을 공격하기 위한 바이러스로 활용했다. “이 스캔들이 터질 무렵 빌 클린턴과 앨 고어는 뉴욕에서 민주당 전당대회를 개최했고, 공화당은 상대 후보자들과 그들이 장악한 도시(뉴욕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성격이 강한 도시다)를 우디 앨런과 미아 패로의 변태적 성욕과 연결지을 기회로 삼았다.” 공화당은 이렇게 해서 클린턴의 뉴욕에서의 인기와, 그의 가족의 가치와, 그의 성적인 난잡함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공화당의 공격은 계속됐다. 클린턴이
부시의 무식함 덮고, 고어의 명석함 과장
밀러가 텔레비전을 보는 시각은 러시코프와 달리 ‘마셜 맥루언’적이다. “부시는 텔레비전이 지배하는 문화에 속한다. 부시의 결점은 텔레비전의 천박한 견해에 흠뻑 빠져 잘 드러나지 않는다. …문제는 텔레비전이 이성적으로 작동하느냐 문제가 아니라 호감이 가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을 선별해 말하는 텔레비전 화면의 언론인들이 문제다.”
이성욱 기자 lewook@hani.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