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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도량 ‘천년 집들이’ 현대적 열린 사찰로 거듭나려는 ‘제2의 창건’… 불자·환경을 생각하는 건축물로 재탄생 채비
해인사(주지 세민)쪽은 장경판전이 있는 기존 해인사는 스님들만을 위한 정진 공간으로 일반 불자의 출입을 제한하는 대신, 현재 성보박물관이 있는 옛 해인초등학교 터에 기도·염불·참선·수행·취침을 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을 건립할 예정이다. 새로운 사찰의 모범을 널리 구하기 위한 방편으로 지난해 말 설계경기 공모를 발표했다. 모두 1·2차로 진행될 이 설계경기는 우선 내년 2월28일까지 일반 공모를 통해 5~6점을 뽑고, 두 번째 단계에서 지명설계를 통해 당선작 1점을 가려내게 된다.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 심사위원도 국내 건축전문가, 외국 전문가, 스님 등 모두 7명을 뽑아 맡긴다.
대규모 프로젝트로 설계경기 공모
공사비가 200억~300억원 정도 되는 규모 있는 프로젝트인데다 유서 깊은 사찰에 새 절을 더한다는 의미가 깊어 설계경기는 건축계의 뜨거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현장설명회에 앞서 마감한 공모 결과 무려 건축설계사무소 85곳이 참가신청서를 냈다. 현장설명회에선 응모한 건축가들이 연말의 바쁜 일정을 다 접고 가야산으로 달려와 터를 둘러보며 의견을 나눴다. 설명회에 이어 진행된 심포지엄에선 터의 해석을 둘러싸고 날이 저물도록 열띤 질의와 토론이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해인사가 설계경기를 통해 새 도량을 짓기로 전격적인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해인사는 1990년대 초부터 새로운 신행·포교 복지문화단지 조성을 추진해왔다. 이는 법당으로 쓰일 만불전, 회관 용도인 영빈관, 박물관 등을 포함한 대규모 계획이었다. 2001년 국가에서 지원받은 100억원을 들여 완공한 성보박물관 역시 이 계획에 따라 지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이 마스터플랜은 2001년 여름 벌어진 ‘청동좌불 논란’으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다. 당시 해인사는 60억여원을 들여 높이 43m에 이르는 청동좌불을 세우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불 조성사업 역시 신행·포교 복지문화단지 사업의 한 부분이었는데 아파트 15층 높이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를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들끓어올랐고, 이는 폭력사태로까지 번졌다. 실상사 수경스님이 교계 언론에 청동불 건립을 신랄하게 비판한 글을 싣자 해인사에서 하안거 중이던 선승들이 전세버스를 타고 수경스님의 거처에 몰려가 기물을 파손한 것이다. 폭력 행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처음 문제를 제기한 실상사쪽 스님들이 21일 동안 삼칠일 단식기도를 마친 다음에 해인사 스님들도 8일간 참회 용맹정진 기도를 마쳤다. 대형 물량 위주의 불사에 대한 비판과 진단도 이어졌다. 그러나 결국 해인사 대불 조성 논쟁은 여러 기능들이 어수선하게 뒤섞여 있는 현재 사찰 공간의 문제를 뒤집어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청동대불 계획은 설계경기 공모와 함께 아예 백지화됐고, 불상은 법당 안에 두는 실내불로 조성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군림하는 사찰에서 대중의 공간으로
과학성 살린 감동의 건축물 기대
앞으로 새 절이 지어지면, 본래 해인사 큰절은 사람들의 어지러운 발길 속에서 물러나게 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장경판전과 팔만대장경도 고요한 안식 속에서 또 다른 천년을 맞는 셈이다. 장경판전이 당대에 가졌던 과학성과 합리성을 오늘날 21세기에 지어질 새 도량이 계승해낼 것인가, 성스러움을 찾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건축물이 탄생할 것인가. 해인사 새 도량에 거는 기대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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