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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새기니 예술로 남네! 시대의 자취를 포착한 현대미국 사진전… 다양한 실험 보여주는 역사적 작품들
우리의 일상 속에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카메라와 그것을 통해 만들어지는 사진·영상의 이미지는 이미 많은 분야에서 논의의 대상이 되어왔다. 특히 시각예술의 영역인 미술에서는 19세기 중반 실용적인 사진 매체가 등장하면서 기존의 미술 개념에 대한 구조적 지각변동이 뒤따랐다. 외부 세계의 재현에 근거를 둔 전통적인 미술창작 행위에 근본적 위기를 맞은 것이다. 실제 세계를 정확하게 재현하는 사진의 기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으며, 현대회화는 그 자리를 사진에 내주고, 추상미술로 궤도를 바꾼다. 여기서 흔히들 미술과 사진의 경계를 묻고, 나아가 실제와 예술의 경계를 되묻는다. 실재하는 한 순간을 인화지 위에 고정시킨 사진의 이미지는 흘러가는 시간을 영원으로 고정시켜 실재와는 또 다른 생명력을 갖게 되고, 그것은 실재와 재현에 대한 철학적·미학적 논쟁으로 무수한 사유 대상이 되어왔다.
현실·정체성·일상 등 주제로 당대 조망
남자친구에게 얻어맞은 자화상을 사진으로 찍은 낸 골딘의 작업은 작가 스스로가 작품의 주인공이 되어 개인적인 삶을 좀더 보편적인 것으로 전환시키려는 희망을 담고 있다. 마릴린 먼로를 비롯하여 통속적인 대중영화의 여주인공으로 분장한 자신의 모습을 촬영한 신디 셔먼의 작업은 현대사회 속에서 여성의 정체성이 만들어지고 유포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영화 속의 정형화된 여성인물로 끊임없이 옷을 갈아입는 신디 셔먼의 모습은 대중매체의 지배적인 이미지를 통해 상투적으로 만들어지는 여성의 정체성을 반복적으로 그려낸다. 노골적인 동성애를 주제로 하여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메이플소프나 할리우드 광고판 앞에서 낯선 이방인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쳉퀑치는 미국 내 소수집단인 동성애자, 소수민족의 정체성 문제를 다루고 있다.
시대의 기록자가 되고 싶지 않은가
많은 작가들과 비작가들이 붓 대신 카메라를 들고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고 예술적 언어를 구체화하는 현실에서 사진의 미학적 가치를 논하는 것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아무런 조작 없이 포착하는 스트레이트사진과 작가가 원하는 이미지와 형상을 만들고 연출하는 구성사진 등 현대사진은 다양한 실험으로 풍부해지고 있다. 사진은 매체적 특성으로 포스트모던적 미학논쟁의 핵심이 되어왔으며, 그러한 논의가 1970년대 이후의 현대사진의 전개에 결정적인 기점이 되기는 했으나, 사진 매체의 자생적 강점은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고 조작과 복제가 용이하다는 대중성에 있다. 이번 사진전이 포스트모던의 사변적 이론을 바탕으로 하는 난점이 있음에도 충분히 주목받을 만한 것은 사진이 분명 현대 예술언어의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혁혁한 공헌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주말을 맞아 카메라를 들고 가족 나들이를 나섰다면 다채로운 가능성으로 우리의 시각영역을 넓혀준 현대사진의 걸작들을 찾아볼 만하다(문의: 호암갤러리 771-2381∼2).
권영진/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객원연구원 yjkwo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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