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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흥행 성공을 믿었다” <성냥팔이…> 만든 장선우 감독과 관객들의 대화
장선우 감독이 조심스레 인사말을 꺼냈지만 관객들의 질문은 가차 없었다. 지난 9월23일 저녁 서울 동숭동 하이퍼텍나다에서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놓고 장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영화제 출품작이 아닌 극장 개봉작을 놓고 이례적으로 열린 이 행사는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견해가 워낙 뚜렷이 갈리자 장 감독이 직접 대화를 나눠보겠다고 호응하면서 마련됐다. 작품에 대한 칭찬부터 110억원이라는 제작비를 차라리 수재의연금에 썼으면 좋을 뻔했다는 비난까지 2시간가량 강도 높은 대화가 오갔다. 이 가운데 몇 가지를 간추렸다.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하수’라고 했는데 관객을 우롱하는 일이다. 너무 오만하지 않은가? 사람이 입으로 짓는 죄가 가장 크다. 그 말이 이렇게 반향이 클 줄 몰랐다. 난 소재를 생각하고 그 소재에 맞는 양식을 생각한다. 이 영화는 영화 자체가 하나의 게임이다. 관객은 플레이어가 된다. 게임의 용어를 빌려 클리어 하면 고수이고, 아니면 하수란 표현을 한 것이다. 재미있으면 다시 접속하는 사람이 있으면 했다. 예전에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영화들이 많아 사회성 강한 영화만 찍는 감독인 줄 알았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도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 같다. 정치적인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무관심에 총을 쏘는 것(자신이 지내온 고아원, 자신을 무시하는 회사 따위에)은 충분히 그럴 이유가 있어 보인다. 시스템을 부정적으로 그리려는 것은 아니었다. 이데올로기·종교 등 인식의 구조를 이루는 모든 것을 시스템으로 보지만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스스로 해방되지 않으면 행복해지지 않는다. 시스템을 긍정도 부정도 않는다. 성냥팔이 소녀의 정체성은 시스템에 적응하는 프로그램된 연장이다. 즉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적응할 것인가, 저항할 것인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감독의 스타일과 캐릭터를 잘 알면서 투자자들은 왜 리스크를 감수하고 많은 돈을 투자했다고 생각하나? 영화산업이 어떤 이윤창출을 기대하는지 잘 알고 있는 장 감독이 왜 블록버스터라는 영화를 이렇게 만들었나?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의 개념 없이 출발한 영화인지 모른다. 소재를 선택하고, 그 다음에 양식을 선택했다. 가상현실을 다루다 보니 액션게임이 가장 재미있고 적절한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고, 액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시나리오가 업그레이드되고 그래서 예산도 올라가고…. 출발이 그랬기 때문에, 블록버스터다운 또는 <공동경비구역 JSA>처럼 일반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장르적 규칙을 지킨 영화를 왜 만들지 않았느냐는 질책에 대해서는 아예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안했다. 제작사와 마찰이 생겨 촬영을 포기할 뻔한 위기도 있었지만 영화를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었던 건 흥행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지금 어긋나서 많이 당혹스럽고 왜 이런 결과가 생겼느냐에 대한 분석이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해야 할 테고…. 100억원이면 단편영화 100편, 아니 1천편은 만들 수 있다. 이 대립을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단편영화를 만드는 입장이었다면, ‘그 돈으로 1천편의 단편영화를 만들게 해주지’ 하는 생각을 반드시 할 것이다. 난 관객이 없어도 예술만 하면 된다거나 예술이 다 뭐냐, 돈만 벌면 된다라는 생각의 어느 쪽도 아니다. 난 작품의 예술성과 흥행성이 합일되는 지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이 영화는 두 가지가 나뉘지 않는 경지에 도달할 것이라 봤고, 그만큼 논란의 여지가 있을지는 몰라도 대중성을 확보하리라고 믿었다. 이번 경우를 이해하려면 많은 것을 차분히 뒤돌아봐야겠지만….
이성욱 기자 lewo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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