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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에도 ‘멋’이 있다 ‘판타지 무협극’에 담긴 살기등등한 생존의 현장, 조광화의 <생존도시>
연극은 연극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
“진짜 폭력과 이데올로기화된 가짜 폭력이 있다. 인디언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사냥이 전자라면, 가죽상품을 만들기 위해 행해지는 대량 사냥은 후자다. 영화 <친구>에서 건달과 권력이 친구라는 이름으로 이상하게 결합하는 모습도 후자에 해당한다. <생존도시>에서는 언제 사랑이 떠나갈지, 언제 자식이 나를 배신할지 모르는 이상한 불안감에 휩싸인 도시의 상실감을 폭력성으로 치환해 직시하고자 했다.” 수많은 캐릭터 중에 사건에 개입하면서도 관찰자적 태도를 취하는 특이한 인물이 ‘박쥐’다. 악마적이나 우울하고 고독한 영웅이다.
그렇다고 연출가가 삶을 부정하거나 회의 일변도인 건 아니다. 높아가던 긴장감을 순식간에 웃음으로 풀어주는 염소라는 캐릭터처럼, 똥을 먹어도 살아갈 수 있고, 덤으로 남에게 먹을 젖까지 만들어주는 그런 삶을 찾고 싶어한다. 연극만으로 생계조차 쉽지 않은데도 연극의 운명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게 연극인의 숙명인가보다. “지난해 여름 한강변에 자전거를 타러 갔다가 밝고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을 보고 일종의 충격을 받았다. 스스로의 한계에 갇혀 어두운 연극을 되풀이하는 현실을 반성하게 됐다. 밝은 열정의 연극도 가능하겠구나, 어두운 얘기를 해도 장엄함으로 다가오며 비극의 멋을 느낄 수 있는 연극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배우 매력 극대화하는 연극 만들고파”
그 욕망이 아귀다툼하는 도시의 삶을 직시하게 만들고, 배우의 몸을 효과적으로 배치하려는 <생존도시>로 나타났지만, 여의치는 않다. “아주 잘되지도 그렇다고 부진하지도 않은” 흥행 사이로 관객들의 반응이 열광적이기는 하지만 1억원을 훌쩍 넘긴 제작비를 회수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건 배우다. “이 연극에 1년 동안 정열을 쏟아부은 배우들이 뭔가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연극계 안에서도 이 작품을 낯설어하는 것 같다. 배우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연극을 계속 만들고 싶지만 자꾸 걱정이 앞서는 건 이 때문이다.”
이성욱 기자 lewo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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