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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매달리는 건 싫다”
“내 소설의 주인공들은 남자와 여자라는 성정체성보다 그냥 인간으로 서로를 이해한다. 불륜 자체만을 다루려고 소설을 쓴다면 인간적 분노를 주로 그린 텐데, 인간을 이해하고 더 자유로워지는 전제조건이 무엇인지를 찾아보려고 불륜을 소재로 썼다. 불륜의 후일담 같은 식이다. 주인공들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이다. 불륜이란 사건을 소화할 수 있는….”
“결혼을 하고 외도를 하는 경우, 어떤 선택을 하게 되면 어느 쪽이든 상처받을 수밖에 없다. 인간적으로 자기 감정을 본능적으로 좇는다면 결혼보다 사랑하는 쪽을 선택하는 게 자연스럽다. 그런데 그렇게 해도 그 사람과의 관계 역시 결국 예전의 상태처럼 돼버리게 마련 아닌가? 결혼을 포기하고 또 다른 사랑을 선택하는 것에도 비관적이다. 현실적으로, 열정을 믿기 보다 인간적 의리나 도리를 지키는 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다만 새로운 사랑이 오면 자기 존재를 다 바칠 필요는 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해보는 경험은 자기 존재가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준영처럼 애초부터 결혼제도 속으로 뛰어드길 거부하는 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인간에게 안정감을 원하는 속성이 있다는 것도 현실이다. 결혼에 대한 원칙적인 거부감보다 결혼에 대한 냉철한 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일단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가져서는 곤란하다. 또 세월이 흐르면서 인간의 속성은 변하게 마련인데, 이걸 성숙된 인간으로 가는 길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집착하면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다. 이걸 불륜으로 해결하라는 건 물론 아니다.”
여성주의적 관점이 관철된 캐릭터라고 할 수 없을지 몰라도 남녀가 놓인 상황은 거의 대등하다. “여자니까 상처받고 남자에게 연연해하는 모습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여자 주인공이 사랑을 하면 한걸음 뒤로 물러나게 한다. 당당하고 주도적으로 했으면 해서. ‘사랑하는 데 이 남자가 날 차면 어쩌지’ 하고 연연해하지 않으면 좋겠다. 여자들이 매달리고 이러는 거 싫다.”
이성욱 기자 lewo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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