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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미술? 접속해 봐! 사이버 공간에서 되살린 미술운동의 불씨 아트무브닷컴
컴맹 작가들이 마우스 들다
흩어져 활동하던 일군의 민중미술가들이 인터넷 공간(www.artmov.com)에 다시 모였다. 사이트 머리에 뜨는 한 문장은 이들이 모인 이유를 설명한다. “공장을 다시 가동하자!” 지난 3월 초 문을 연 ‘아트무브닷컴’는 진보적 미술운동의 이념을 계승하고자 하는 온라인상의 미술행동 커뮤니티다. 88년 결성 이후 민족미술협의회(민미협)와 함께 민중미술운동의 양대축을 이끌었던 민족민중미술운동전국연합(민미련)의 회원들이 주축이 돼 깃발을 올렸다. 지난해부터 민미련 선배들의 자기비판이 뜨거워지면서 퇴비가 되어 1년 뒤 사이트의 싹이 올랐다. 93년 미술계에 파문을 일으킨 민미련 해체선언을 주도했던 홍성담씨도 그 가운데 하나다. “출옥한 뒤 돌아와보니 민중미술운동이 행세주의와 운동브로커들 판이 돼 있더군요. 있으니만 못한 조직은 사라지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반강제적인 해산 이후 거의 완벽한 단절이 돼버렸습니다. 무책임하고 무기력한 시간이었지요. 선배로서 부끄러운 일입니다” 조직의 해소 뒤 제 갈 길을 가면서도 역사에 대한 진정성과 헌신성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은 작가들을 다시 모으기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민미련의 큰 선배인 송만규씨를 비롯해 삼십대 초반의 젊은 작가들과 독일에서 활동하는 정영창씨까지 30명 가까이 모였다. 이들은 3월7일 첫번째 사이버 그룹전시 ‘전대전’(戰對戰)전으로 활동의 포문을 열었다. 2002년을 전쟁의 해로 선포한 부시의 전쟁에 맞서는 작가들의 전쟁선포다. 15명의 작가들에게 모니터 화면은 캔버스이자 방패이고, 마우스와 스캐너는 붓이자 칼이다.
‘삐딱한 아이들’과의 연대도
뿔뿔이 흩어졌던 과거의 민중미술가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아트무브의 목표는 웹상에서 떠도는 젊은 미술행동가들과 연대하는 것이다. 지난해 홍씨는 인터넷에서 ‘삐딱한’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활발하게 띄우고 있는 ‘아이들’ 십여명을 작업실로 초대했다. 그 중에는 이미 스타가 된 사람들도 꽤 있었다. 일면식도 없이 초대장을 띄웠지만 거의 다 찾아와 밤을 새우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솔직히 나는 엉뚱한 그림이나 그릴 줄 알았지 미술운동 같은 데는 전혀 관심 없는 무뇌아들일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 이 친구들은 선배들이 어느 날 모두 떠나버렸다면서 자신들은 고향도 뿌리도 없는 떠돌이일 뿐이라며 나를 막 공격하는 거야. 꼼짝없이 당했어. 맞는 말이에요. 나 같은 선배들이 나쁜 놈이지 뭐.” 아트무브는 기존의 미술행동가들에게 문을 연 아트무브와 별개로 다른 사이트를 준비하고 있다. 알통닷컴(www.altong.com)이라는 제목으로 올 상반기 문을 여는 이 사이트는 발칙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젊은 미술행동가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할 공간이다.
이 사이트에는 민미련 출신의 1세대 디지털 웹아티스트들도 적극적으로 참가하게 된다. 민미련 해소 당시 젊은 운동가들의 반수 정도는 디지털 작업으로 방향을 돌렸다. 퓨처아트, 미메시스 등 실험적 디지털 애니메이션 그룹이 이때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성과는 국내외 각종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을 통해 금방 드러났다. 서울 민미련 출신의 <마리이야기> 이성강 감독 등 현재 애니메이션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작가 상당수가 민중미술가 출신이라는 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남보다 일찍 애니메이션에 눈을 돌린 덕분에 빠르게 성장했고, 자리도 잡았다. 이제는 새로운 미술행동을 꿈꿔야 할 때다.” 퓨처아트 1기 출신의 윤진씨를 비롯해 1세대 디지털 작가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이유다.
천천히, 소박하게…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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