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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문화 | 등록 2002.03.27(수) 제40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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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게 바로 프로듀서의 힘이다 타고난 심미안과 아이디어로 팝의 제국을 일군 프로듀서 겸 작곡가 데이비드 포스터
셀린 디온, 시카고, 휘트니 휴스턴, 존 레넌,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케니 로저스, 라이오넬 리치, 내털리 콜, 올포원, 토니 브랙스턴, 에어 서플라이, 머라이어 캐리, 마이클 잭슨, 마돈나, 폴 매카트니…. 이 슈퍼스타들에게서 어떤 공통점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장르와 스타일 모두가 다른 이들은 각자 개성을 자랑하며 팝의 한시대를 달구었다. 하지만 이들에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살아 있는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프로듀서 겸 작곡가 데이비드 포스터의 손을 거쳤다는 것이다.
모두 14번의 그래미상
1987년 19살의 신인 가수 셀린 디온을 만난 데이비드는 “너는 세계적인 뮤지션이 될 것이며, 언젠가 너의 우상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함께 노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확히 10년 뒤 셀린 디온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함께 <렛츠 토크 어바웃 러브>를 듀엣으로 불렀다. 남성 팝 그룹 올포원이 히트시킨 <아이 스웨어>는 원래 덕 모리스가 만든 컨트리곡이었다. 데이비드 포스터는 이 곡을 듣고 1시간 만에 현악 편곡을 끝낸 뒤 올포원에게 취입시켜 세계적으로 히트시켰다. 냇킹콜이 부른 옛날 음반에 그의 딸 내털리 콜의 목소리를 입혀 듀엣곡으로 만든 <언포가터블>의 아이디어 또한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이 노래는 14주간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지켰다. 데이비드 포스터는 말 그대로 ‘팝의 제국’을 일군 사람이다. 그는 남들은 감히 생각도 못하던 아이디어와 심미안으로 새로운 조류와 가수들을 양산해냈다. 지금까지 그는 그래미 ‘올해의 프로듀서상’을 3차례 수상하는 등 모두 14번 그래미상을 받았다. 특히 1994년에서 97년까지 4년간 토니 브랙스턴의 <언브레이크 마이 하트>, 휘트니 휴스턴의 <아이 윌 올웨이스 러브 유>, 올포원의 <아이 스웨어>, 셀린 디온의 <비커즈 유 러브드 미> 등 그가 만든 작품들이 42주간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당분간은 깨지기 힘들 기록이다. 그는 최근 작품집 <더 베스트 오브 미>를 발표했다. 셀린 디온, 휘트니 휴스턴, 토니 브랙스턴, 마돈나, 에어 서플라이, 시카고 등이 부른 그의 히트곡들과 엔싱크의 크리스 커크패트릭과 그의 듀엣곡 <아이 윌>, 올리비아 뉴튼 존과 함께 부른 <더 베스트 오브 미> 등이 실렸다. 특히 올리비아 뉴튼 존은 녹음 2주 전에 아이를 낳고도 그와 작업하는 것을 흔쾌히 수락했다. 크리스 커크패트릭 또한 포스터가 함께 노래하자고 전화했을 때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감격해했다고 전해진다.
우리 현실을 돌아보라
그는 팝의 여러 장르를 혼합하며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안겨주는 음악을 만들어왔고, 그 때문에 ‘포스터식 컨템퍼러리 음악’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다. 팝뿐만 아니라 록, 컨트리, 아르앤비까지 다양한 분야를 휩쓴 그의 음악은 기획사에 휘둘리지 않고, 프로듀서가 자신만의 줏대와 음악관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미국 대중음악의 현실과 프로듀서의 힘을 잘 보여준다. 이런 점은 한국 대중음악의 현실과 많이 대비된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SM)의 이수만 사장이나 지엠(GM)의 김광수 사장의 경우 그 회사에서 나온 음반들에 꼬박꼬박 프로듀서 직함을 넣긴 하지만 그들이 음악적으로 가수들을 이끌었다고는 보기 힘들다. 또한 김형석, 윤일상 등의 스타 프로듀서는 그 가수의 장점을 살리기보다는 댄스나 발라드를 앞세우고 상업적인 면을 중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 대중음악계도 가창력이 훌륭한 가수를 선택해 그 가수의 장점을 살리는 데이비드 포스터 같은 프로듀서를 가질 수는 없는 것일까.
이형섭 기자/<한겨레> 문화부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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