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내 소원은 오페라의 독립 음악적 완성도 부족이라는 우리 오페라의 한계에 새로운 가능성 제시한 <백범 김구…>
‘극적 칸타타’라는 새로운 형식
1960년대부터 국립오페라단을 중심으로 <춘향전> <왕자호동> <심청전> 등 수십편의 창작오페라가 꾸준히 무대에 올려져왔다. 특히 최근 2, 3년 사이에는 국립과 민간오페라단을 가릴 것 없이 일년에 대작 규모만 서너편이 쏟아질 정도로 창작오페라의 발표는 유난히 눈부셨다. 그러나 창작오페라 공연은 번번이 ‘그들만의 축제’로 막을 내렸다. 한 예로 지난해 공연된 창작오페라 중 가장 규모가 컸던 <춘향전>과 <안중근>의 객석점유율은 15%를 밑돌았다. 창작오페라에는 “창작만 있고 작품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평. 대부분의 창작오페라가 함량미달의 결과물을 한두번 무대에 올린 채 창고로 들어가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23∼2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렸던 ‘극적 칸타타’ <백범 김구-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는 음악적 완성도의 부족이라는 우리 오페라의 해묵은 문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보인 무대였다. 한국민족음악인협회(민음협)가 무대에 올린 이 작품은 연극인 구히서씨가 대본을 쓰고, 작곡가 강준일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가 곡을 붙였다. 프롤로그, 에필로그와 3장으로 구성된 이 오페라는 김구가 상하이로 가기 전부터 상하이 임시정부 시절, 해방 이후 암살당하기까지의 삶을 연대기순으로 보여준다. 장별로 민속음악과 군가풍의 힘있는 행진곡, 현대음악을 적절히 배치한 <백범 김구…>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건 결사항전의 다짐을 노래하는 2장의 음악들이다. 무대의 배우들이 부르는 합창곡은 “싸우러 가자”, “싸워,싸워” 등 서양식 발음과는 거리가 먼 우리 언어가 격렬한 선율과 리듬에 완전히 녹아들어 ‘음악 따로, 노래말 따로’였던 창작오페라의 고질적 병폐를 뛰어넘는 음악적 완성도를 보여줬다. 1장에서는 다른 오페라들이 지적받는 문제처럼 노래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2, 3장에서는 또렷이 귀에 꽂혀 관객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애쓴 음악적 고민이 돋보였다. <백범 김구…>는 소재면에서 근래 2∼3년 사이 쏟아져나온 ‘위인전’이라는 울타리 안에 들어가 있는 작품이다. 내용 역시 특정 사건을 부각한다거나 인간 김구의 갈등이나 번뇌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20대부터 죽을 때까지를 나열했다는 면에서 극적 흥미를 유도하지는 않는다. 극적 흥미의 부족함은 일반 관객으로서는 흠결이 되기도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의도된 ‘절제’의 성격이 강하다. ‘극적 칸타타’라는 다소 생소한 형식이 이를 설명한다. 칸타타는 성경구절이나 역사적 인물의 이야기를 악기 반주에 맞춰 낭송하는 음악형식이다. 사실을 전달하는 음악형식에 극적인 부분을 덧붙인 것으로, 극 전개 자체가 매우 중요한 기존 오페라들과 달리 음악에 좀더 충실하기 위해 이런 형식을 만들어낸 것이다. “오페라는 여흥이나 즐길거리라는 의미를 포함한 말이다. 역사적 인물인 백범의 정신과 사상을 정중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이 작품에 오페라라는 형식은 적합하지 않아 칸타타의 방식을 도입했다.” 작곡가 강준일씨가 극적 칸타타라는 형식을 끌어온 이유다.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연출을 맡은 최준호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는 “지금까지 역사인물에 대한 창작오페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음악적 성취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음악적 성취에 가장 큰 비중을 두었다”고 말했다. 기존 창작오페라에서 무대의 변방으로 떠돌아온 음악을 무대 중앙으로 복원한다는 의미다.
작곡·연출·대본 공동 작업
백범 역을 연기한 주인공 전기홍, 안희도씨를 제외한 30여명의 인물과 합창단 모두 오페라 경험이 없는 신인으로 꾸린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우리 어법과 다른 서양식 오페라의 발성에 길들여지지 않은 성악가들을 훈련하는 데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한달 동안 출연진의 발음 교정을 책임졌던 성악가 하영일씨는 “어릴 때부터 서양식 발성과 발음만 배워온 음악가들의 습관이 하루아침에 고쳐지는 것은 아니”라면서 “이번 작품의 의의는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선보였다기보다 앞으로 만들어질 우리말 오페라의 정착을 위해 씨를 뿌린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번 무대를 주관한 민족예술인총연합은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다섯 도시의 순회 공연에 나서며, 6월엔 백범기념관 건립 시기에 맞춰 다시 무대를 마련할 계획이다. 아직 미흡한 문제들을 고쳐나가며 “언어와 음악이 함께 가는 우리 음악극”의 토대를 다지는 게 같은 고민으로 만난 네 사람의 꿈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