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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은 튀게 놔 둬라! ‘정치적’으로 야한 영화 <욕망>을 만든 80년대 운동권 출신 김응수 감독
포장하기 싫어 많이 벗겼다
명필름이 만든 광고카피는 “두 남녀(男女)가 한 남(男)을 탐하다”이다. 한 남자는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레오(이동규)다. 그를 탐하는 두 남녀 로사(이수아)와 규민(안태건)은 젊은 부부다. 남편 규민이 먼저 레오와 애정을 나누고, 그 뒤를 부인 로사가 잇는다. 남편의 외도에 어떤 절망과 분노를 느낀 로사가 그 상대방과 또다른 욕망을 은밀하게 나눈다. 레오 역의 이동규씨는 몸이 완벽하다는 감독의 공개적인 칭찬을 받은 신인이고, 이수아씨는 <쁘아종>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다. “끊임없이 집착에 빠졌고 그게 사랑인 줄 알았으나 마지막에 그게 채워지지 않는 결핍이었음을 알게 되는 이야기다.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 그림처럼 조금은 낯설고 생경한 방식으로 찍었고, 많이 벗었다. 정사장면도 아주 리얼하게 찍었다. 욕망의 판타지를 가식적으로 포장해서 그리는 게 멜로물의 전형이라면, 난 욕망의 정체를 사실 그대로 보여주고자 한다.” 이는 혁명에 대한 신념과 절망스런 현실 사이에서 혼돈을 벗어나지 못하고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간 중기와 그의 옛 동료들을 그렸던 전작 <시간은…>과 많이 다르다. 88년 남북 청년학생회담에 전대협 대표로 파견됐던 운동권 선배 김중기씨가 중기 역을 연기했다. “내가 무슨 일을 했기 때문에 이런 사람이라고 규정받는 건 싫다. 그때는 그것에 열정을 불태웠던 것이고, 내 안의 욕망이 어떤 것인지, 어디로 갈지 나도 모른다. 이런 걸 자꾸 규정하려는 게 우리 사회의 병폐가 아닐까. 이번에는 개인을 자유롭게 해주자는 영화다. 요즘에 이것만큼 중요한 게 또 있나?”
여균동 감독? 나는 나!
“욕망을 발동하는 건 뭔가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락하고 평화롭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진정 평화로운 건 모든 욕망에서 풀어지는 죽었을 때나 가능하지 않을까. 욕망의 본질 자체는 이렇지만, 정말 자기 원하는 때 탐닉하고 부딪히고 하는 게 자유가 아닐까. 이걸 자꾸 특이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문제다.” 이 말에 공감을 할 수도 있고 반감을 가질 수도 있다. <파리에서…>나 <감각의 제국>도 그랬다. 정치적 포르노그라피로 보는 이도 있었고, 그냥 외설물로 보는 이도 있었다. 시나리오에는 오럴섹스, 항문성교 등의 장면이 상당히 건조한 느낌으로 등장한다. “(성교가 어떤 식으로 벌어지고 있는지) 분명히 알 수 있게 찍었다. 하지만 배우에게 뭔가를 강요하지도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들이 원하는 범위 안에서 찍었다. 인간이 자유롭자고 한 영화가 아닌가.” 문득 여균동 감독이 떠올랐다. 여 감독은 첫 작품 <세상밖으로>에서 두 탈옥수(문성근, 이경영)를 통해 사회 부조리를 풍자적으로 드러냈고, 이후 <맨?> <미인> 등의 포르노그라피성 영화를 만들었다. <미인>을 만든 직후 여 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 “아무리 대의가 좋아도 그 속에서 나는 행복했던가 반성하기 시작했고, 나도 이제 내 맘껏 사랑하고 싶다는 심정에서 몸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대상을 선택하게 됐다.” 어째 좀 비슷하지 않느냐고 묻자 조금 언짢은 표정이다. “(기자) 개인적 시각의 테두리이다. 나는 어느 누구하고도 같지 않다. 물론 영화는 내가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를 수 있다. 비합리적이건 폭력적이건 영화 속 사람들에게 자체의 생명력을 주고 스스로 움직이게 해줘야 하는데, 그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관객의 감각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욕망>에는 감독 개인의 경험이 절반가량 섞였다고 한다. 예컨대 독신의 그는 “쓴맛 단맛 다 봤기 때문에” 결혼에 대해 아예 미련을 접었다. (결혼해서 사는 것처럼) 다른 사람과 비슷비슷하게 사는 게 안도감을 주지만 그게 자유로운 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자유로운 사고체계가 아직 사람들에게 자리잡히지 못한 것 같다”는 처음의 이야기로 귀결됐다. 쓴맛은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친구, 친지, 선후배 등으로부터 돈을 빌려 만든 <시간은…>은 제작비 회수에 실패했다. 적지 않은 빚을 졌고, 그 해결을 보느라 2년 동안 학원강사에 몰두해야 했다. “돈 무서운 줄 알았다. 돈 버는 데 몸을 내던져야 한다는 것, 절대로 빚을 지면 안 된다는 걸 우선 원칙으로 삼게 됐다. 세상에 대해 냉정한 열정을 가져야 한다는 건 그 다음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 관점대로 살자, 그러나 남을 괴롭히지는 말자, 도그마로 사는 사람들과는 빨리빨리 결별하자 등등의 생각을 하게 됐다.”
학생운동, 스스로 즐긴 것일 뿐
이건 20대 때와 반대로 바뀐 게 아니라 성숙해진 것이라고 말하면서 꼭 물어보려 했던 말을 스스로 꺼냈다. “학생운동에 목숨까지 헌신한 이들에게는 할말이 없다. 하지만 지금 사지멀쩡한 이들은 그 당시 그걸 스스로 원했고, 즐겼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 불의를 참을 수 없었고, 감옥에 갈 것을 스스로 결의하고…. 지금도 그렇게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면 된다. 왜 마치 그때 자기가 무슨 희생을 한 것처럼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 <욕망>은 포르노그라피라는 화제성말고도 국내 최초로 만들어지는 고화질(HD) 디지털영화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 에피소드2>에서 사용한 것과 같은 종류로 지금까지 디지털영화로 소개됐던 영화와 질적으로 다르다. 첨단 기술로 찍은 포르노그라피? 여러모로 심상치 않다.
이성욱 기자 lewo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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