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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은 비어 있다?
고요와 정적이 감돌던 페르 라셰즈 묘지가 지난 7월3일 짐 모리슨 사망 30주년을 기념하러 전세계에서 몰려든 순례자들의 행렬로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글과 시 쓰는 작업에 전념하기 위해 정착한 파리 마레지구의 한 아파트에서 어느날 숨진 채 발견된 이 록스타는 그의 사후 더 한층 신화적인 존재로 숭배되고 있다.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이 여전히 투명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어 어떤 사람들은 ‘그의 무덤은 비어 있다. 모리슨은 그가 숭배하던 아르튀르 랭보의 흔적을 좇아 아프리카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며 그의 죽음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기도 한다. 그가 잠들어 있는 페르 라셰즈는 에펠탑, 노트르담, 보부르에 이어 네 번째로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기념물이 되었다. 그러나 수천의 묘가 자리잡고 있는 페르 라셰즈에서 모리슨의 열광적인 팬들이 주위에 있는 묘에 낙서를 하거나 부서진 십자가 조각을 주워 가는 등 묘지를 훼손하면서 모리슨 묘의 존속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제기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모리슨의 20주기였던 지난 91년에는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해 모여든 팬들을 해산시키는 불미스런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 짐 모리슨의 묘지는 두대의 카메라에 의해 감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는 경찰이 방문객들의 소지품을 제한하는 등 통제를 해 원성을 사기도 했지만 평화롭게 진행되었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묘지 관리인에 따르면 이날 방문객 수가 2만여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91년에 모인 1천 내지 2천명과는 비교가 안 되는 규모이다. 결국 경찰은 모리슨의 묘에 이르는 길을 따라 안내문을 설치해 밀어닥치는 순례행렬을 인도하였으며 한때 한 사람당 30초 정도의 명상만을 허용하기도 했다. 묘 주위에는 단지 기념 사진만이라도 찍는 데 만족하는 사람들과 장소를 독점하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묘는 순식간에 순례자들이 제물을 바치듯 기념으로 놓고 간 붉은 장미, 시, 사적인 오브제, 도어즈 그룹의 사진 등으로 뒤덮였다. 대부분 모리슨의 초상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팬들은 나이- 방문객의 대부분이 청소년- 와 국적을 떠나 한결같이 “모든 세대와 광기어린 삶을 대표하는 짐 모리슨의 음악에 감사”하며 “모리슨이 결코 잊혀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여기에 왔노라”고 입을 모았다. 묘지 출입이 금지된 시간까지 남은 100여명의 팬들은 조용한 침묵 속에서 행진을 계속했다. 이날을 기려 도어즈의 멤버였던 레이 만자렉은 파리의 한 극장에서 모리슨이 감독한 실험영화 두편 〈Feast of Freinds〉와 〈HWY〉의 상영을 주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기자들을 위한 200석을 제외하면 일반인에게 200석밖에 돌아오지 않아 이를 애석해하는 팬들이 많이 있었다. 또한 이날 저녁에는 커버즈 밴즈(Covers Bands: 어떤 가수 또는 그룹의 스타일을 ‘편집광적으로’ 습득해 전문성을 띤)로 분류되는 네덜란드 그룹 The Bootleg Doors가 엘리제-몽마르트르 홀에서, 영국그룹 L.A.Doors가 라 로코모티브 홀에서 제각기 콘서트를 갖고 팬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파리=신순예 통신원 soonye.sin@libertysurf.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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