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문화] 명작들의 불운 오페라의 전성시대에 오페라는 예술이라기보다는 대중의 오락거리였기 때문에 관객동원은 작품의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유일한 잣대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오늘날 명작이라고 평가받는 작품들의 상당수가 초연 당시 참담한 실패를 겪었다는 사실이다. 생전에 이미 최고의 명예와 부를 누렸던 베르디의 최고작이면서 지금도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 가운데 하나인 <라 트라비아타>도 1853년 베니스의 라 페니체 극장에서 했던 초연에서 쓴맛을 봤다. 그 이유는 여자주인공이 너무 뚱뚱했기 때문. 춘희를 연기했던 소프라노 파니 살비니 도나텔리가 폐병으로 죽어가는 인물로는 너무 건장했던 것이다. 환자를 보러 온 의사가 그녀에게 앞으로 몇 시간 밖에 못살 것이라고 말했을 때 관객은 눈물이 아닌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마침내 산더미 같은 그의 몸이 쓰러지가 주위에서는 먼지가 운무처럼 피어올라 옆에 서 있었던 의사가 안 보일 정도였다고. 비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은 큰 소리로 박수를 치며 깔깔대고 웃었으니 당시 베르디의 표정이 어땠을지도 상상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이듬해 이 작품은 여주인공을 교체해 큰 성공을 거둔다. 코믹 오페라의 천재였던 로시니의 대표작 <세빌리아의 이발사> 역시 초연 때 격렬한 비난을 받았다. 이 작품의 원작은 당시 존경받던 원로 작곡가 파이지엘로가 이미 오페라로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당시 약관의 나이로 주제넘는 짓을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로시니는 잔머리를 굴려 <알마비바, 혹은 부질없는 예방조치>라는 모호한 제목으로 1812년 무대에 올렸지만 파이지엘로의 것과 같은 내용이란 걸 알아차린 대중은 고함을 치고 휘파람을 불며 공연을 방해했다. 또한 서곡을 연주할 때 잠잠히 시작해서 요란스럽게 끝나는 이른바 ‘로시니 크레센도’ 방식이 당시로서는 귀에 거슬리는 음악으로 받아들여졌다. 초연을 지휘한 로시니는 관객의 태도에 너무 당황해서 공연히 끝난 뒤 황급히 무대를 빠져나왔는데 천하의 낙천가였던 로시니가 몇년 뒤에 당시 자신은 암살당할 것이라는 공포에 시달렸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대에 사랑받는 파이지엘로는 이제 잊혀지고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만이 오페라의 역사에 우뚝 섰다.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인 <피델리오>도 이런 불운을 겪었다. 이 작품이 초연된 1805년 11월의 빈은 불과 일주일 전 나폴레옹의 군대에 의해 정복된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빈 사람들은 피난을 갔기 때문에 객석은 거의 모두 독일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프랑스의 장교와 병사들로 채워졌으니 결과는 뻔한 것이었다. 게다가 평단의 반응도 좋지 못했다. 베토벤의 친구들은 오페라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작품을 일부 수정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베토벤은 모든 걸 한 테너의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친구들의 간곡하고 헌신적인 설득으로 베토벤은 유명한 황소 고집을 꺾고 작품의 길이를 대폭 줄이면서 구성을 수정해 재연에서 대만족을 하게 된다. 이외에도 바그너의 <탄호이저>와 비제의 <카르멘> 등 최고의 걸작들도 초연 당시 고배를 마셔야 했다. 특히 소심하고 병약했던 비제는 <카르멘>의 실패로 인한 좌절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36살이란 나이에 아깝게 요절했다. 오늘날 프랑스 최고의 오페라의 탄생이 그 산모인 천재 작곡가를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건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