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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경범죄’ 저지르는 예술가들 거리 낙서 통해 창작욕구 불태우는 그래피티 그룹 바프… 연대와 나눔의 문화운동을 위해
‘치고 빠지는’ 일에 이골나기 까지
도심 한가운데 활기넘치는 벽화가 탄생하게 된 데는 바프(V.A.F.: Vandal’s Art Factory)라는 집단의 업적 혹은 ‘범죄’를 빼놓을 수 없다. 반달, 코마, 제이, 지누, 메녹, 배모 등의 태그(그래피티에 남기는 작가의 서명)로 활동하는 여섯명의 젊은이가 지난해 여름 결성한 바프는 국내 최초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모임이다. “외국인들이 많은 이태원에서 자랐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길거리 낙서에는 익숙한 편이었지요. 3년 전 친구한테 그래피티라는 말을 듣고 인터넷에 들어가보니 충격 그 자체였어요. 그날로 당장 스프레이를 몇개 사가지고 와서 그리기 시작했는데 스프레이를 뿌리는 행위도 짜릿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때부터 그리고 도망치는 일의 반복이었지요.”(반달) 바프의 멤버들은 ‘치고 빠지는’ 일에 이골이 난 사람들이다. 혼자서 그래피티를 시작할 무렵 변변히 그릴 벽이 없으니 누가 없을 때 슬쩍 동네 벽에 그려놓고 도망가다가 붙잡혀 경찰서에도 자주 들락날락거렸다. 나중에는 야단치는 경찰 옆에서 장난스레 사진을 찍을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최근에는 공연장이나 문화행사 등 자연스럽게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났지만 요즘도 가끔씩 끊어오르는 창작욕구를 주체하지 못해 벌금을 내는 결과가 종종 발생한다. “힙합음악은 이제 보편화됐지만 그래피티를 예술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관공서에서 허락을 받고 그림을 그리기란 거의 불가능하죠. 불량청소년들의 범법 행위라고 생각하는데 허락하겠어요? 물론 치고 빠지는 재미도 있지요. 태그를 보면 ‘아무개가 왔다갔구나’ 우리끼리 통하는 커뮤니케이션도 되고.”(제이) 그러나 바프는 소수이기는 하지만 그래피티계에서는 벌써 명사이자 스타군단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와 올해 넘쳐난 청소년 페스티벌과 힙합공연장의 무대가 대부분 이들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가깝게는 서태지의 컴백공연 무대도 이들의 작품이었다. 이들의 작품은 매우 다양하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부호나 문양이 반복되는가 하면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하고 때로는 회화적인 양식이 시도되다가 그래픽적인 특징이 강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스타일만 보고서도 경찰들이 작업자를 발견한다는 외국의 경우에 비한다면 아직 자신만의 주제나 스타일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것이기도 하다. “30년이 넘는 외국에 비한다면 국내의 그래피티 단계는 걸음마 수준이죠. 멤버들도 자기 스타일보다는 아직 다양한 실험을 하는 단계이고요. 스타일과 주제의식은 좀더 장기적으로 풀어가야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코마)
“통일되면 할 일 늘 것”
이들은 그래피티가 신념의 플래카드가 되기보다는 연대와 나눔의 문화운동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피티는 혼자만의 작품이 될 수 없습니다. 일단 방대한 스케일 때문에 여럿이 작업하기 좋구요, 하나의 그래피티 위에 새로운 그림이 추가되기도 하고 덧입혀지기도 하면서 하나의 벽화가 되가는 거지요.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기며 작업하면서 지나가는 사람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훌륭한 공공미술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 그룹의 최고참인 반달씨에게는 꿈이 있다. 그 꿈은 다른 멤버들의 것이기도 하다. 통일이 되면 휴전선을 비롯한 필요없는 벽들에 그래피티를 해보는 것이다. “통일이 되면 무너뜨려야 할 벽이 얼마나 많겠어요. 굳이 돈들여 무너뜨리지 말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놓는다면 거리의 표정도 바뀌고 사람들의 표정도 환하게 바뀔 수 있지 않을까요?”
김은형 기자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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