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문화] 책/ 인류의 오랜 기억 짜맞추기 고대문명의 새로운 신비, 숨겨진 역사의 비밀… 수만년 이어온 인간의 숨소리를 듣는다
전혀 새로운 고대문명
피라미드나 영국의 스톤헨지 같은 오래된 과거가 남긴 한 조각을 만났을 때 사가(史家)들은 아마 수만평 되는 퍼즐판 안에 손톱만한 퍼즐 조각을 들고 서 있는 난감함을 느낄 것이다. 많은 고대사가들이 품에 쥔 조각을 선뜻 제자리에 내려놓지 못하고 주저한다. 그가 알고 있는 고작 방사성동위원소 측정법 따위로는 어둠과 마술적 주문으로 둘러싸인 이 조각의 온전한 위치를 찾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저널리스트 출신의 그레이엄 행콕은 조각들의 자리를 결정하고 조각 사이의 다리를 놓는 데 정통사학자들이 시도하지 않는 모험을 감행한다. 그는 마치 인디아나 존스와도 같다. 치밀한 현장답사와 천문학적 방법론을 통해 그는 신화, 또는 미스터리라고 명명된 고대문명의 외투를 한꺼풀씩 벗긴다.
행콕의 주장은 정통사학계에서 추정하던 고대문명의 발상연도를 완전히 뒤집는다.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분석 결과와 신화의 유사성, 언어학적 상관성을 통해 이들 지역뿐 아니라 태평양의 섬들, 남미지역의 초고대문명들이 네트워크돼 있었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한다. 예를 들면 산스크리트어의 ‘읍’을 뜻하는 ‘앙코르’는 고대 이집트어로 ‘호루스 신이 살아 있다’는 매우 정확한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행콕은 멕시코 재탄생 제의의 주군(主君)인 케찰코아틀 신화와 최근의 고대인 유골 발굴을 통해 콜럼버스 이전에(그것도 9천년이나 전에!) 이미 카프카스 인종이 아메리카 대륙에 존재했다는 주장을 한다. 정통사학계에서 보면 행콕의 주장에는 이단으로 몰릴 만큼 과격하고 새로운 내용들이 많다. 옮긴 이의 말마따나 “이 책에 실린 주장을 그대로 전부 수용하는 일은 아직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통학자들이 무시하던 신화나 종교제의와 천문학적 현상들을 논리적으로 연결하고 그를 통해 흩어져 있던 퍼즐의 조각을 과학적으로 맞춰나가는 그의 재주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경탄스럽다. 기실 <신의 거울>을 읽는 즐거움은 지식습득의 포만감보다는 잃어버린 성궤를 품에 안은 인디아나 존스의 벅찬 심정에 비유하는 게 더 적절할 듯하다. 이 책은 미덕이 하나 더 있다. 불과 수백년 전에 지배적인 위치에 서게 되면서 과거까지 장악한 서양문명의 제국주의적 고대사관을 탈피했다는 사실이다. 이 책에서 행콕이 분석하는 지역은 멕시코, 이집트, 캄보디아, 태평양 군도, 페루와 볼리비아로 이제껏 원시적 야만의 에너지로만 폄하되고 문명사에서 철저히 배제되던 제3세계 지역 고대문명의 경이적인 과학성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50컷에 달하는 장대한 원색사진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클레오파트라 얼굴의 베일을 벗기다
‘미노스와의 제국’, ‘한니발, 로마의 공포’, ‘클레오파트라의 미소’, ‘고대 유럽을 강타한 훈족’ 등 익숙한 이름들이지만 퍼즐맞추기는 온전히 완성되지 않는 역사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고대사란 중요한 유물이 발굴될 때마다 이제까지의 업적을 부정하고 새롭게 쓰여져야 하는 운명의 학문이다. 이 두책의 운명도 언제 폐지가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고대문명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수만년을 이어온 인류의 심장소리를 듣기 위함이다. 고대문명 탐사를 통해 우리가 얻는 건 그래서 사실(史實)보다 오히려 인류의 또는 인간의 진실일 듯하다.
김은형 기자dmsgud@hani.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