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문화] 책/ 치자꽃 향기 코끝을 스치더니… 한시에 젖은 지성들의 정담
자하헌의 한시 학생들 가운데 가장 새로운 시에 대한 갈망이 뜨거웠던 사람은 역시 시인 황동규 교수였다. 그는 이 교수를 만날 때마다 새로운 시를 내놓으라 압력을 넣었고, 이 교수는 교수들의 진도를 봐가며 1주일에 1∼2편의 한시를 풀어놓았다. 조교를 자청한 이병건 교수는 ‘석좌조교’라는 별칭을 얻었고, 스스로를 외사씨(外史氏)라는 별호로 부른 조동걸 교수는 이 교수가 소개한 한시의 글자를 바꾸어 ‘패러디 한시’를 지어내기도 했다. 가령 그는 옹조의 ‘달밤’이란 시를 패러디해 “혼탁한 세상 가운데 조용히 앉아/ 홀로 나라 걱정하는 시 한 수 읊누나/ 바다 건너 서양 오랑캐 찾아와/ 무궁화를 밟아 부수네”란 시로 구제금융시기의 울분을 토로하기도 했다. 당송대의 이백·두보·백거이에서 명청대의 원매·운수평 등에 이르기까지 작품성을 인정받는 고급 한시를 감상하는 재미에 더해, 우리 시대 최고 지성들이 한시의 세계에 젖어가는 과정이 가외의 즐거움을 준다.
●치자꽃 향기 코끝을 스치더니● 이상수 기자leess@hani.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