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문화] 인터뷰/ 필름에 담긴 삶의 진실 <홀트씨 고아원>의 사진작가 주명덕씨, 초기사진 모아 작품집 펴내다
사진은 그냥 보고 느끼면 되는 것
최근 주씨는 초기작품 103점을 모아 <주명덕의 초기사진들>이라는 제목의 두툼한 작품집을 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후배와 제자들이 십시일반해 상재한 책이다. 이 책에는 작가가 취미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6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 작품의 중심이 되었던 변두리 사람들의 표정이 담겨 있다. “그때는 사진을 통해 사회의 문제점을 찾고 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사진작가의 소임이라고 생각했어. 사진 이야기만 나오면 앉은 자리에서 두 시간, 세 시간씩 자리를 떠날 줄 몰랐던 시절이었지. 지금은 누가 사진에 관해서 이야기하라면 5분도 못할 것 같아. 보고 느끼는 것 외에 무슨 할말이 있겠어요.”
“대학 시절 우연하게 사진서클에 들어간 다음부터 공부는 일찌감치 작파한 셈이야. 아침부터 음악감상실로 등교하면서 음악듣는 것과 사진 찍기에 하루를 전부 보내던 시절이었어요. 홀트씨 고아원에서 자원봉사하던 누이를 만나러 갈 일이 있었지. 그때 아이들을 보고 가슴이 뛰어서 찍기 시작했어. 2년 정도 찍었을까, 사진하던 한 선배가 전시회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말하더군. 말이 전시회지, 친구들끼리 모여 손바닥만한 사진을 벽에다 붙이고 안내문이나 포스터도 일일이 손으로 쓰고 그린 학예회 수준이었어.”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주씨는 68년부터 73년까지 <월간중앙>의 사진기자로 일했다. 그의 인생에서 유일하게 직장인으로 보낸 시기다. 이 시절 주씨는 ‘한국의 가족’, ‘은발의 한국인’, ‘명시의 고향’ 등 기획을 연재하면서 ‘한국적인 것’의 천착으로 작품세계를 옮겨갔다. “당시가 유신 시절이었는지라 사회가, 그리고 매체가 도대체 다큐멘터리 사진을 받아주지 않았어요. 심지어 이화여대 교수로 있던 이효재씨와 함께 기획한 ‘한국의 가족’ 시리즈도 당국의 압력으로 중도 하차해야 했으니까요. 사람들에게 보여질 수 없는 사진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해 다큐멘터리 사진을 포기하게 됐고, 반자의적으로 흥미가 다른 쪽으로 돌아간거지. 지금 생각하면 그것이 더 넓은 세계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됐지만 어쨌거나 비겁했던 작가인 셈이야.” 이 책에서 40쪽가량을 할애하고 있는 ‘한국의 가족’ 시리즈는 70년대 초 빈궁하던 서울 변두리와 시골의 가족들을 담고 있다. ‘홀트씨 고아원’보다는 피사체와 작가간의 심리적 거리가 떨어져 있지만 고단한 한 집안의 가장과 천진한 아이들을 담는 그의 앵글에는 여전히 애정이 넘친다. 주씨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이것은 사진을 찍을 때 뿐만 아니라 일상을 사는 그의 생활신조다. 사진기자를 할 때도 그는 만나는 사람들을 업무로 만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그때 만난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불쑥 전화하고 밤 열시건 열두시건 그의 집을 찾는다. “정릉 꼭대기에 살 때였는데 집에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어요. 적게 와도 한달에 100명 이상 손님들이 왔었으니까. 소설가 김승옥씨는 부부싸움만 했다 하면 우리집을 찾아오곤 했어.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를 하던 아내의 친구들도 다 내친구였으니까 다들 제집처럼 드나들었지.” 그는 그 시절 만난 소설가와 미술가, 음악가들이 그의 사진세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사람뿐 아니라 예술이란 다른 분야에 의해 영향받고 영향을 주면서 발전한다는 것이 그의 예술론이다. 그래서 사진에만 몰두한다며 다른 예술분야에 무심한 후배들을 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예순 넘어 변신을 꿈꾸다
초창기 다큐멘터리 사진과 70∼80년대 ‘한국’사진을 넘어 80년대 말부터 그의 사진은 다시 한번 변신했다. 자연의 모습을 미시적으로 관찰하는 그의 작업은 관조적이고 추상적으로 변했다. 올해로 환갑이 된 그는 또다시 변신을 꿈꾼다. “앞으로 두번 정도 더 작품세계를 변화시키고 싶어요. 내가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고, 신의 뜻에 달려 있겠지. 그렇지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아쉽지는 않을 거야. 평생 사진의 길을 갈 수 있었던 게 신의 축복이었으니까.” 김은형 기자dmsgud@hani.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