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섹션 : 음식 이야기 | 등록 2001.05.02(수) 제357호 |
[음식이야기] 황소와 암소 갈비의 환상적 궁합 별미이야기를 하다가 동두천하면 저절로 튀어나오는 단어가 ‘동두천떡갈비’다. 동두천을 가본 적이 없는 사람도 웬만하면 이름을 알 정도로 유명하다. 그러나 정작 동두천을 가보면 수원이나 이동계곡처럼 떡갈빗집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지 않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지나는 행인들을 붙잡고 누구에게 물어보아도 딱 한집만을 가르쳐준다. 그 집이 바로 동두천떡갈비의 원조인 ‘송월관’이다. 35∼36년 전쯤, 동두천역 앞에서 옥호도 없이 시작한 송원관 떡갈비는 전북 전주가 고향인 강옥매(2000년 작고) 할머니의 타고난 음식솜씨에서 비롯했다. 강씨 할머니의 솜씨를 철저하게 물려받은 넷째며느리 송민정(51)씨가 대를 이어가고 있다. 송씨의 고집스런 경영방침이 오늘의 터전을 닦을 수 있었다는 것이 이웃사람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다. 이곳 갈비는 동두천과 포천 등 경기 북부지역에서 도축되는 한우 황소갈비가 주를 이룬다. 갈비공급이 원활치 않던 때, 점심에 손님이 몰려 준비해놓은 갈비가 다 떨어지면 아예 문을 닫곤 해 멀리서 소문을 듣고 찾았던 고객이 낭패를 당하기 일쑤였고 2∼3시면 문을 닫는 집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소갈비맛은 본래 암소갈비를 으뜸으로 치지만 기름이 너무 많아 흠이고, 반대로 황소갈비는 살이 두텁고 지방이 적지만 질긴 것이 흠이다. 음식솜씨가 뛰어난 강씨 할머니는 비싸면서도 먹을 것이 많지 않은 암소갈비와 구하기 쉬운 황소갈비의 조화를 이뤄냈다. 두 가지 갈빗살을 모두 벗겨내 먹기 알맞을 정도로 함께 다져 양념에 재워놓았다가 갈비뼈를 한 토막씩 넣고 시루떡처럼 빚어 석쇠에 구워낸 것이다. 떡갈비란 이름도 구워놓은 모습이 마치 시루떡을 빚어놓은 것 같다고 해서 고객이 지어준 것이라고 한다. 들고 뜯어먹는 맛은 덜하지만 먹기 편하고 실속있고, 무엇보다 덧살 시비와 기름이 많다거나 질기다거나 하는 불평을 듣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또 치아가 약한 노인들까지도 아무 불편없이 즐길 수 있어 ‘효도갈비’라고 부르기도 했다. 지금껏 수입갈비는 물론 자신의 눈에 차지 않는 갈비는 들여놓은 적이 없다는 송씨는 주방관리도 워낙 까다로워 찬모들이 쉽게 발붙이기 어렵다고 소문날 정도다. 그래도 10∼20년 경력을 헤아리는 찬모들이 직접 숯불에 구워내는 떡갈비는 덜 익거나 태우는 법이 없이 기름이 반지르르 돌면서 언제나 한결같은 제맛으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동두천에 떡갈빗집이 단 한곳처럼 보이는 이유도 이같은 맛을 아무나 흉내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송원관의 경영방침은 다른 음식점들에도 파급되어 동두천 중앙로에만도 20년 이상 내력을 쌓은 전문음식점들이 줄줄이 음식맛을 자랑하고 있어서, 경기 북부지역의 첫손 꼽는 음식고장으로 터를 다져가고 있다. 떡갈비 1인분(2대) 1만2천원, 갈비탕 1그릇 5천원.
글·사진 김순경/ 음식 칼럼니스트 www.OB-gre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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