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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사람과 사회 등록 2003.12.18(목) 제489호

[사람과사회] 경희대 총장, “주특기별로 학생 뽑겠다”

경희대 김병묵 새총장의 신선한 파격… 수능비중 대폭 낮춰 입시전형의 틀을 흔든다

“대학들마다 수능과 내신을 7 대 3 정도로 반영하고 있는데 거꾸로 3 대 7로 바꿀 필요도 있어요. (대학입시의) 틀을 한번 흔들어보자는 겁니다.”

전체 교수들의 찬반 신임투표를 거쳐 지난 12월2일 경희대학교 제12대 총장으로 취임한 김병묵(60·법대 교수) 신임총장. 그는 사교육비 문제 해결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대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틀을 흔들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수능성적만으로 학생들을 줄세워 우수학생을 손쉽게 뽑는 데서 탈피하자는 것이다. 사실 경희대는 입시 전형에서 여러 가지 ‘파격’을 보여왔다.

‘자매 지역고교 전형’이라는 독특한 제도

우선 수능 5개 영역(언어·수리·외국어·사회탐구·과학탐구) 중에서 3개 영역만 정시 전형에 반영함으로써 학생들의 입시 부담 및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려고 애써왔다. 2005학년도 입시에는 이를 더 진전시켜 이른바 ‘2+1’ 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인문계는 언어·외국어 영역을, 자연계는 수리·외국어 영역을 기본으로 하고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중 하나만 추가로 선택하는 제도다. “‘2+1’ 이후에는 우리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려는 학생이라면 고등학교 시절에 화학 과목만 잘해도 대학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할 겁니다. 고등학교 3년 동안의 화학 성적에 대한 모든 자료를 제출받은 뒤 이 자료 위주로 전형을 하면 됩니다.” 그야말로 주특기별로 학생들을 뽑겠다는 구상이다. 자연히 수능 비중은 대폭 낮아지게 된다. 대학과 입시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고교 교육정상화가 어려운 우리 교육 현실에서 김 총장의 구상은 사뭇 신선하다.

경희대는 2002년부터 ‘자매 지역고교 전형’이라는 독특한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수시모집에서 전국 15개 시·군(서울 동대문구, 제주도 서귀포시, 경기도 연천군·양평군·용인시·고양시, 충북 청주시·영동군, 경북 고성군, 충남 서천군, 강원도 속초시·양양군·인제군·고성군, 전남 영암군) 소재 고교 수험생만을 대상으로 따로 선발하는 것인데, 동대문구가 포함된 건 캠퍼스 지역주민들에 대한 배려다. “교육을 통해 가난이 대물림되는 구조를 혁파하고 지역간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게 취지다. 김 총장은 “서울대 등 일부 대학이 내놓은 지역할당제의 모델이 되었다”고 귀띔했다.

학생처장·기획조정실장·부총장을 거치면서 대학생들의 현실적 고민을 많이 접했기 때문일까 당장 절박한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법도 제시했다. ‘경희휴먼파워 네트워크’라는 인재풀 시스템 구축이 그것이다. “졸업반 학생과 미취업 졸업생을 대상으로 우리 대학이 자체 인재풀을 만들고 있습니다. 전공분야나 토익 성적을 기준으로 그룹별 일정 수의 학생을 선발해 인재파일을 만든 뒤, 기업체가 요구하기 전에 우리가 인재파일을 미리 보내 이런 학생들이 확보돼 있으니 채용해달라고 요청하는 겁니다.”

미취업 동문 위한 애프터서비스도

인재 세일즈에 나서는 헤드헌터 노릇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미취업 중인 졸업 동문한테는 애프터서비스(AS) 개념을 도입해 각종 대학원의 입학 기회를 부여하고 학비도 감면해줄 방침이다. ‘학점인턴제’도 검토 중이다. “학생이 현장실습으로 3개월·6개월짜리 인턴으로 기업에 가서 노력봉사하면 그것을 학점으로 인정해줄 생각입니다. 물론 기업체는 인턴비를 안 줘도 됩니다.” 재교육비 부담 때문에 대졸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경력직만 선호하는 기업체 채용 관행에 대한 대학 나름의 돌파구인 셈이다.

벚꽃이 흐드러지고 가을빛에 물든 멋진 캠퍼스도 떠오르지만, 역시 경희대 하면 ‘한의학’의 메카다. 특히 수원캠퍼스에 설치된 동서의학대학원은 동서의학을 접목하는 조용한 실험이다. “한의학으로 병이 낫긴 나았는데 단지 입증을 못해 양의쪽으로부터 홀대받던 세월이 있었죠. 하지만 우리 한의대에서 연구를 축적한 결과 한의학도 과학화됐고, 이제 시절이 바뀌어 양의들이 한의학의 도움을 받아 치료하고 있습니다. 동서의학대학원은 한의와 양의 협진 체제 구축을 위한 겁니다.” 이 대학원은 동서의학의 결합인 ‘신의학’ 분야로 경희대가 한번 더 도약하기 위한 발판이라는 게 김 총장의 설명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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