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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정과 반레, 그리고 방현석… 반레가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1999년 가을부터 진행된 <한겨레21>의 베트남 캠페인이었다. 당시 기사들이 호치민의 일간신문 <뚜오이쩨> 등에 인용 보도되면서, 그는 이전까지 단 한번도 관심을 두지 않던 한국인들에게 주목한다. 특히 그의 관심은 <한겨레21>에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르포를 썼던 구수정 전문위원을 향한다. 2000년 8월 제작이 완료된 다큐멘터리 <원혼의 유언>은 구수정씨를 주인공으로, 베트남 진료봉사에 나선 건치 소속 치과의사들과 시민활동가들의 사죄 노력을 담았다. 이 작품은 그해 베트남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부문 최우수감독상을 받았다.
반레의 명성이 더욱 알려지게 된 데는 소설가 방현석씨의 중편소설 <존재의 형식>이 큰 몫을 했다. 이 소설은 2002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발표됐다. 2001년 가을 그는 베트남전 영화 <슬로우 불릿>의 현지 촬영 준비를 위해, 베트남어에 능통한 <한겨레21>의 구수정 전문위원, 반레와 함께 2주 동안 합숙하며 시나리오 번역과 감수작업을 했다. <존재의 형식>은 그 과정을 토대로 만들어진, 1980년대 민주화운동 세대의 후일담 소설이다. 기자는 이 소설의 주인공 ‘재우’에게서 구수정과 방현석 두 인물의 그림자를 보았다. 반레는 상처받은 한국의 민주화운동 세대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로 그려졌다. 방현석씨는 이 소설로 올해 5월 제11회 오영수문학상 수상에 이어, 얼마 전 제3회 황순원문학상의 영광까지 안았다. 10월2일 황순원문학상 시상식장에서 그는 “상상력의 신기루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나의 친구 반레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글 · 사진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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