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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사람과 사회 등록 2003.06.18(수) 제464호

[사람과사회] “교장·교감도 가르치게 하자”

우리나라 학교는 교장-교감-부장(학년부장 및 교무·연구·생활지도부장 등)-평교사로 이어지는 관료적 체계를 띠고 있다. 신분적 위계질서가 뚜렷해야 지도력과 권위가 생긴다고 믿기 때문이다. 일제시대 황국신민 교육에 앞장섰던, 옆구리에 칼 찬 교장은 초창기 관료적 교사의 모습을 대표했다. 해방 이후 생겨난 교감제도는 관료적인 학교 장악을 더욱 강화했고, 교사들의 승진욕구를 만족시켜줄 ‘자리’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유신시절 3선개헌 직전 주임교사 제도가 또다시 만들어졌다. 주임교사는 이 말이 어감상 ‘낮은’ 느낌을 준다는 또 다른 신분적 지적에 따라 80년대 중반 ‘부장’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독일은 학년부장 교사들을 ‘대변인’이라고 부른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대변하는 똑같은 교사일 뿐 ‘관리자’가 아니라는 얘기다. 반면 한국은 교원의 직급이 높아질수록 특권을 부여하고 대우도 달리 해준다. 직급이 올라가 학생들과 멀어질수록 수업부담도 줄어든다. 교감·교장이 될수록 교사보다는 ‘통제자’로 바뀌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위원회 안승문 위원은 “교감이 수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관리·통제할 일을 스스로 만들기도 하고 승진을 위해 교장의 생각보다 앞질러 과잉충성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교구조가 교육보다는 관리와 통제 등 행정위주로 돼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게 탈 많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이라고 꼬집었다.

흥미롭게도 한국의 교장들은 최근 학교‘경영자’총연합회라는 것을 만들었다. 교육자라기보다는 자신들을 효율성과 돈을 중시하는 최고경영자(CEO)쯤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이는 예전에 은밀히 떠돌던 “교장이 떠날 때 페인트칠하는 이유”를 떠올리게 한다. 일부 교장들이 퇴임하기 직전에 학교 벽면 페인트칠 공사를 하곤 했는데, 도장업체가 공사비를 과대계상하는 방식으로 학교 돈 일부를 교장에게 건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교장은 총 9824명, 교감은 1만437명이다. 안승문 위원은 “수업을 맡지 않고 오로지 행정관리만 해온 우리나라 교장·교감이 독일처럼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면 인건비 부담 없이 그만큼 교원을 늘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이에 따라 학급당 학생 수도 줄어들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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