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과 사회 ] 2003년04월30일 제457호 

환경영향평가를 거쳤음에도…

되풀이되는 호나경부의 부실한 평가… 공기업 등의 사업에 대해선 대충대충 처리

대규모 산사태라는 큰 재앙을 불러왔지만 이곳 공사는 형식적인 절차를 모두 밟은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영향평가도 거쳤고 산림형질변경 허가도 받았다. 그러나 재난은 발생했다. 애초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만이라도 제대로 집행됐다면 이런 재난은 피할 수 있었다.

환경영향평가의 목적은 사업현장의 자연환경을 전반적으로 파악해 환경피해 최소화 대책을 만드는 것이다. 대규모 산사태 역시 송전탑이 들어서는 산림지역의 환경을 충분히 고려해 환경평가서가 만들어졌다면 미리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환경부는 관행처럼 부실하게 환경영향평가를 해줬고 더욱 안타까운 점은 사후영향평가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송전탑 건설 뒤라도 환경훼손과 피해에 대해 관리·감독을 제대로 했다면 부실공사를 미리 찾아내 대책이라도 세울 수 있었다. 그러나 사고 후 주민들이 직접 나서 송전탑의 행정절차와 처리에 대해 조사한 결과 환경부는 기본적인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의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1년에 완공된 울진-태백간 345kv송전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공사지역이었던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일대의 산간마을은 대규모 산사태로 주민들은 가옥 피해를 입은 데다 심지어 상수도원이 파괴돼 한겨울에도 계곡물을 길러 먹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또 피해지역 주변은 국내 제일의 야생동물 보고였다. 천연기념물인 산양을 비롯해 수달, 담비, 삵, 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종이 다수 서식하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당시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산양에 대한 언급이나 대책은 없었다. 이 때문에 국내 제일의 산양서식지에 심각한 생태파괴가 이뤄졌다.

송전탑을 비롯한 국책사업의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한 것은 환경부의 이중적인 태도에서 비롯한다. 한전과 같은 공기업이나 중앙정부부처의 사업에 대해 대충대충 형식적으로 처리하고 민간기업이나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지자체의 사업은 엄격하고 깐깐하게 협의하는 모습을 보여온 것이다. 송전탑 같은 사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면 산사태를 비롯한 재해나 생태계 파괴 같은 환경훼손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은 얼마든지 있다. 환경평가에는 해당사업을 충분히 검토하고 지적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을 스스로 포기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우리나라 환경영향평가의 실상이다.

서재철 |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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