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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럭비공을 닮았다 그것은 분명 새로운 현상이었나 노무현 후보의 당선으로 끝난 대통령 선거를 두고 말들의 성찬이 이어지고 있다. 이전과 전혀 달라보이는 사회현상을 두고 정확한 분석을 내놓지 못한 언론은 손쉽게 ‘세대론’에 기대고 있다. 20~30대 개혁 성향의 유권자가 기성질서를 전복하고, 주류사회를 ‘접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잠시 생각해보자. 20~30대가 개혁적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이 새로운 현상인가 게다가 한국방송과 미디어리서치가 공동으로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대선에서 20~30대 투표율은 각각 47.5%와 68.9%로 전국 평균투표율 70.8%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40대와 50대 이상은 각각 85.8%와 81.0%로 평균투표율을 상회하고 있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으로 부각할 만큼 세대에 따른 차별성이 뚜렷하다고 보지 않는다. 김영삼·김대중 정권을 거치면서 넓어진 민주적 지평이 효력을 발휘했다는 분석이 타당하다고 본다.” 성공회대 권혁태 교수(일본학)는 쏟아져나오는 ‘세대론’을 경계했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무장하고 즉각적인 쌍방향 의사소통을 통해 정치개혁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은 “젊은 세대 가운데 일부 선진분자들에게만 해당하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치를 즐기며, 선거를 축제로 이해하고 참여하는 적극적인 젊은이보다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이가 더 많다는 것이 권 교수의 우려다. 같은 학교 조희연 교수(사회학)도 이런 인식에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분명 개혁 지향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재벌 아들인 정몽준씨에게 쉽게 매료당할 정도로 20대의 정치문화는 다양하다. 문제는 그런 젊은이들의 눈으로 보기에도 한국정치의 후진성이 심각하다는 데 있었다. 이 때문에 조 교수는 이번 대선을 “정치적 도전세력인 386세대와 문화적 도전세력인 월드컵 세대의 만남”이라고 분석한다. 1980년대의 정치적 경험이 있는 386세대가 선도하는 모양새로, 30대와 20대의 개혁적 결합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1987년 6월 촉발된 정치혁명은 노태우 정권의 등장으로 좌절을 겪었다. 하지만 일상적·문화적 차원에서 기성질서와 특권층에 대한 반란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이를 두고 조 교수는 ‘문화적 반권위주의’라고 표현한다. 그는 “1968년 5월 단 한 차례 분출해 유럽문화를 전복해버린 이른바 ‘68혁명’과 달리, 우리 사회의 문화혁명은 15년여의 세월을 두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왔다. 실패한 정치혁명의 동력이 뿌리 깊게 남아 있는 일상적·문화적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졌다. 이것이 기성체제를 바꾸고 변화를 추동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변화의 움직임은 어디까지 번져갈 수 있을까 성급한 이들은 이미 2004년 총선까지 시야가 닿아 있다. 젊은 세대의 적극적 참여를 통해 낡은 정치구조가 혁파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이 쏟아진다. 그러나 권 교수는 “고도 성장기를 거치면서 사회적 긴장도가 높아진데다, 이른바 ‘신자유주의’라는 현 정부의 경쟁촉진 정책으로 경쟁에서 소외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사회적 긴장도를 낮추지 않는 한, 소외된 젊은이들의 정치적 무기력증은 오히려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래 47.5% 뒤에 숨어 있는 52.5%에 이르는 20대에게 우리 사회의 눈과 귀를 모아야 할 때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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