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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사람과 사회 | 등록 2002.03.13(수) 제40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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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회] 입법과정 일사천리 “오직 국회 파행만이 인권침해를 막을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3월9일 만난 인권운동사랑방의 류은숙 상임활동가는 쓴웃음을 지었다. 테러방지법안 심의 첫날이었던 2002년 2월26일, 국회 정보위는 테러방지법 통과에 합의했다. 3월11일 비공개 청문회를 열고, 3월12일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한 것이다. 류 활동가는 “다행히 국회 파행으로 정보위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안도한다. 2001년 11월12일 국정원이 홈페이지를 통해 테러방지법안의 입법을 예고한 뒤, 입법 절차는 빠른 스텝을 밟아왔다. 입법 예고기간부터 10일로 통상 예고기간 20일의 절반에 지나지 않았다. 11월26일 차관회의에서 가결된 테러방지법안은 다음날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여야는 정보위 심의 첫날 테러방지법 통과에 합의했다. 2001년 11월20일 급박하게 조직된 인권·사회단체의 ‘테러방지법안 국회상정 저지를 위한 긴급 토론회’도, 2002년 1월23일 국회에 제출된 대한변호사협회와 2월26일 국회에 송부된 인권위의 반대 의견도 빠른 발걸음을 막아서지 못했다. 오히려 국정원은 발빠르게 인권단체의 토론회가 열린 다음날, 토론회에서 집중 비판된 국정원의 수사권, 불고지죄, 구속기간 연장 조항 등을 삭제했다. 그러나 홈페이지에는 수정 사실조차 공고되지 않았다. 인권단체쪽은 “법안 상정과정 자체가 음모적”이라며 “법안 수정도 인권단체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명분을 세우기 위해 일부러 눈에 띄는 독소조항을 끼워넣었다가 삭제하는 수순을 밟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한다. 반대 기자회견과 1인 시위 등 인권단체의 항의가 끊이지 않았지만, 입법과정 내내 단 한번의 공개 청문회도 열리지 않았고, 인권위와의 협의과정도 생략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인권 관련 법안을 제정할 때는 관계부처가 인권위와 협의하도록 규정돼 있다. 월드컵 안전대책의 명분과 선거를 앞둔 시점은 절묘한 배경음악이 되었다. 인권운동사랑방 류은숙 활동가는 “한쪽은 오늘의 집권당이고, 다른 한쪽은 미래의 집권당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에서 정보기관의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꼬집는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국정원의 발빠른 대응과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물린 것이다. 류은숙 활동가는 “국회 파행에 기대 반인권법의 도입 연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우리 인권의 현주소”라고 한숨을 내뱉는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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