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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내가 청소년유해매체?” 나도 모르게 내 홈페이지가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규정돼 있다면? 동성애자 사이트 ‘엑스죤’(www.exzone.com) 운영자 김아무개(39)씨가 그런 일을 당했다. 김씨의 홈페이지 엑스죤은 국내 최초로 개설된 동성애 사이트로 3년여 동안 운영돼왔다. 김씨가 자신의 홈페이지가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규정된 사실을 안 것은 지난 6월 말. 정보통신검열반대 공동행동 활동가들이 청소년유해매체물 목록을 뒤지다 엑스죤이 유해매체로 지정된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를 김씨에게 알린 것이다. 확인해본 결과, 김씨의 홈페이지는 이미 지난해 8월25일,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심의에서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되었다.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의 법적 근거가 되는 청소년보호법에는 ‘동성애’를 수간 등과 함께 변태적 성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엑스죤은 ‘음란’을 이유로 청소년유해매체로 지정된 것이다. 청소년보호법은 각 매체의 심의기관에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 권한을 이양하고 있어, 정보통신윤리위가 인터넷상의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하는 주체가 된다. 2년 전부터 사용자들 사이의 토론을 거쳐 엑스죤 초기화면에 ‘미성년자는 출입하실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띄워온 터라 김씨의 황당함은 더했다. 김씨는 “나도 모르는 새 이뤄진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은 한 사람의 인생을 윤리적으로 파탄시키는 행위”라고 항변했다. 지정 사실을 안 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청소년보호위원회를 번갈아 찾아다니며 항의해보았지만, 서로 책임을 미룰 뿐이었다. 고작 “사이트 운영자에게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 사실을 통지할 의무는 없다”는 게 돌아온 답변의 전부였다. 그러나 ‘통지’ 의무는 없는데도, ‘처벌’ 규정은 있다. 청소년보호법 제14조에 따라 청소년유매체물로 지정되고도 유해매체 표시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만약 김씨가 알아서 ‘청소년 접근 금지’ 표시를 하지 않았다면, 처벌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상희 변호사는 “자신의 사이트가 청소년유해매체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한마디 해명할 기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유해매체로 지정된 사실조차 모른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앞뒤가 안 맞는 청소년보호법의 실체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일처리 과정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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