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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회] ‘소설’에 유린당한 피의자 ‘원조교제는 남자만 하나.’ 12월13일치 <조선일보> 사회면 상자기사의 제목이다. 다른 일간지들도 ‘주부가 고교생과 원조교제’라는 제목으로 일제히 이 사건을 보도했다. 미묘한 표현의 차이가 있었지만, 이씨가 원조교제를 했다는 혐의가 사실인 양 기사화했다. 특히 이씨가 이군에게 100만원을 건넸다는 사실은 확정된 것처럼 표현됐다. 기사 중에는 경찰수사에서도 확인되지 않은 부분까지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이씨는 지난 10월 말 두 자녀가 학교에 간 사이 이군을 집으로 데려와 성관계를 맺었으나 나중에 아이들에게 들켜 행각이 드러났다”(<중앙일보>), “조사결과 이씨는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집으로까지 이군을 데려와 성관계를 맺었으며…”(<한국일보>) 등의 기사들이 그것이다. 타블로이드판 잡지들은 훨씬 자극적인 표현을 마구잡이로 사용해 수사기록에도 나오지 않는 ‘소설’을 써댔다. ‘원조교제 그 유부녀 유치장 고백, 남편 외도 복수혈전… 고2와 20여 차례 불륜드라마, 소년사냥·영계보신, 집안으로 끌여들여 그짓… 애들한테 들켜 철창신세’, ‘말 잘 듣는 고교생이 남편보다 좋아’, ‘17살 남학생 심경고백, 용돈주는 누님 싫지 않았다’…. 이번 사건에서 언론의 선정보도를 특히 부추긴 것은 공공연히 피의사실 공표를 행한 경찰의 무분별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경찰은 허술한 수사결과를 마치 확정된 것인 양 기자들을 상대로 모두 공개했고, 언론은 프라이버시로 가득한 수사기록을 무차별적으로 기사화한 꼴이 돼버렸다. 특히 검찰수사가 끝나고 기소한 뒤 수사내용을 발표하는 ‘피고사실의 공표’보다 경찰수사 단계에서 수사결과를 알리는 ‘피의사실의 공표’가 피의자의 인권 침해 소지가 훨씬 높음을 이번 사건은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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