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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회] 온라인 시위를 강경진압하라? 정보통신부의 ‘검열 제도화’ 발상, 전자민주주의의 장밋빛 환상이 무력하게 구겨진다
인터넷 내용 규제, 각국서 논박중
지난 7월20일 법안 추진 소식이 알려진 이후로 네티즌들은 이를 ‘통신질서확립법’이라고 부르면서 격렬하게 반대해 왔다. 이들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인터넷내용등급제(법안 제43조, 제45조)와 학교·도서관에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기준이 적용되는 내용선별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제46조) 이용자 금지행위를 지정하고 사업자가 이를 처리하도록 한 조항(제48조 내지 제49조)이 국가와 사업자에 의한 검열을 제도화하는 것이며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인터넷내용등급제와 선별차단소프트웨어 설치는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며 정부는 기준을 정할 뿐이라고 응수해 왔고, 명예훼손 등 온라인 매체에서 증가하고 있는 여러 분쟁을 국가가 조정할 필요가 대두되었다고 주장해 왔다. 여하간 문제의 본질은 현행법과 별도로 온라인 매체의 내용을 규제하는 법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 또한 정부가 내용의 불법성을 판단하고 처리할 권한을 가질 수 있느냐는 것으로 좁혀진다. 정부의 주장은 인터넷과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파급속도와 영향력이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혹은 사업자가 준사법권을 부여받아 불법행동을 판단하고 유통금지 등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의적 권한을 정부 혹은 사업자가 가져갈 경우 검열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사실 온라인 매체의 내용 규제를 둘러싼 이런 논란은 우리나라에서만 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90년대 중반 미 정부와 의회는 음란물과 폭력물 등 불건전한 통신내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골자로 전기통신법 제5장을 ‘통신품위법’(CDA)으로 개정하였다. 그런데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와 네티즌들은 ‘블루리본 캠페인’으로 잘 알려진 온라인 행동을 통해 격렬하게 반대해 왔고 결국 1997년 연방대법원으로부터 위헌 판결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미 국회는 ‘어린이온라인보호법’(COPA)을 추진하는가 하면 필라델피아 연방지법에서는 이 법이 다시 위헌으로 판결되었고, 공공도서관들은 도서관에 설치한 선별차단소프트웨어로 인해 소송을 당하고 이에 대한 판결은 다시 여러 가지로 엇갈리는 등 미국에서는 양진영간의 팽팽한 긴장이 유지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뿐 아니라 영국, 중국 등 전세계 여러 국가들에서 인터넷 내용을 규제하겠다는 정부와 이에 맞서는 논박이 되풀이되고 있다.
놀라워라, 온라인 행동
과거에는 우리 주변을 떠도는 수많은 담론과 정보 가운데 편집권자에 의해 걸러지는 엄격한 사실 정보와 투철한 예술혼이 담긴 표현들만이 ‘표현’의 적자로 인정되고 유통되었지만, 이제는 아래로부터 직접 생산되는 정보들, 그런 만큼 사실 여부가 확인되기 힘들고 가볍기 그지없는 표현들에게도 발언권과 유통수단이 주어진 것이다. 이런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는 ‘표현’에 대한 개념이 충돌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자연스럽게 근대적 시민권의 핵심 개념으로 인정되어왔던 표현의 자유가 21세기의 새로운 화두로 부상한 이유가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인터넷은 바로 이 민주적인 특성으로 인해 인류사상 가장 탁월한 미디어가 되었다. 인터넷의 기술적 기능과 표현의 자유 문제는 서로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동전의 양면인 것이다. 여기서 미국 인터넷위원회가 지난 8월 정부의 물리적 제재는 인터넷의 장점을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자율적 규제를 유도하고 온 국민이 평등하게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정보 격차 해소에 좀더 주력하라고 지적한 것은 시사적이다. 행정부에 설치된 아동보호위원회도 10월20일 제출한 최종 보고서에서 아동을 온라인 매체에서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위헌 시비를 낳는 별도의 온라인 매체 규제법이 아니라 아동포르노금지법률 등 현행 법률상에서 규제가 이루어져야 하며 온라인 매체에 대한 부모의 우려가 부모세대와 차세대간의 정보 격차로 인해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해서 정부가 부모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맥락도 이와 같다. ‘통신질서확립법’을 두고 지난 8월부터 진행된 네티즌들의 ‘온라인 행동’은 예상 외로 매우 자발적이고 폭발적이어서 시위를 제안한 사회단체들에도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이 네티즌들의 구성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한 사실이었다. 시위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계층은 10대 청소년들이었는데, 이들이 자기 권리 문제에 매우 민감하고 참여적이었던 것은 이 법안의 주요 명분 중 하나가 ‘청소년 보호’라는 것을 상기해볼 때 매우 역설적인 사실이다. 특히 인터넷내용등급제가 시행되면 주요 기준으로 쓰일 현행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심의기준’에서 동성애가 변태 성행위이고 유해매체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청소년 동성애자나 청소년 작가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국가정보원 관여까지 보장
그러나 정부는 통신질서확립법과 같은 시기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과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제정안도 함께 내놓음으로써 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확인시켜 주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서는 위헌 시비가 일고 있는 정보통신부 장관의 임의삭제 명령권을 존속하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서 이들이 인터넷내용등급제와 온라인상의 명예훼손 분쟁을 다루도록 했다. 정보통신기반보호법에서는 국가정보원이 온라인 정보에 관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일체의 온라인 시위를 불법화(제15조3항)했다. 특히 몇년간 계속된 정부의 정책으로 국민의 온라인 접근이 양적으로 늘어나면서 온라인 시위가 증가하자 이제 이것을 오히려 온라인 시위를 규제할 명분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매우 모순적이라 할 것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막연하게 거론되었던 전자민주주의의 장밋빛 환상은 이제 구체적인 현실과 갈등 속에서 남루하고 무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새삼스러운 사실이 아니다. 과거로부터 기술과 미디어의 상은 사회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구성되어왔다. 그런 의미에서 온라인 매체에 대한 정책을 지금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적극적인 저항과 개입이 없을 경우 이런 방향에 제동을 가할 수 없을 것이라는 데 우리의 깊은 우려가 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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