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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우리사회에서 ‘프리터’는 당당한가 “하루에 한번쯤은 하늘을 쳐다보고/ 넓은 바다를 상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주시고/ 일주일에 몇 시간은 한권의 책과 친구와 가족과 더불어 보낼 수 있는/ 오붓한 시간을 갖게 하여 주옵소서” 인터넷 홈페이지 샐러리맨닷컴(www.salaryman.com)에 올라 있는 ‘직장인의 기도’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갖고 있는 ‘소박한 꿈’이기도 하다. 이 홈페이지 상담코너에 오른 글들을 보면 20대 직장인들의 상당수는 남녀를 막론하고 꽉 막힌 위계적 문화와 적성에 맞지 않은 일내용을 하소연하고 있다. “몸과 마음을 바쳐 허덕허덕 일해도 조직이나 상사가 나를 알아주기는커녕 구박만 하고”, “이런 재미없는 직장생활이 내 삶에 어떤 도움이 되겠느냐”, “적성을 개발하려 해도 시간과 여력이 없다”는 내용의 상담문의가 줄을 잇는다. 이 사이트에서 직장인 생활심리 상담코너를 맡고 있는 정연식(31·코오롱 연수원 교육담당)씨는 “상담을 주로 하는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직장인들에게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직업종에 대해서도 안정적이고 장래성 있는 것보다는 여가를 즐기면서 취향과 적성을 살릴 수 있는 것을 가장 우선시한다”고 말한다. 이 사이트에 글을 올리는 상당수의 직장인들이 동경하는 생활은 ‘프리터’다. 프리터가 탄생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직업적 인간에서 취향적 인간으로 바뀌어가는 가치관의 변화를 반영하고는 있지만,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우리보다 프리터군이 일찍 형성된 일본의 경우에도 논란이 많다. 프리터의 80%는 부모의 집에 얹혀 사는 ‘기생족’이라는 비판도 있고, 고용불안사회가 낳은 우울한 풍경이라는 진단도 있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이들의 문화적 취향과 배경을 더 주목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 가운데 일본의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의 논란에 아랑곳않고 직업란에 당당히 프리터라고 적어 넣는다. 독일의 사회학자 올리히 벡은 <적이 사라진 민주주의>라는 책에서 프리터로 상징되는 삶의 방식을 긍정적으로 보았다. “자유의 아이들은 온갖 의무와 지겨운 일에 대해… 반란을 일으키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재결집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오락, 스포츠, 소비 등에 몰두하는 젊은이들의 즐기고자 하는 바람은 곧 풀뿌리 저항이라고 해석했다. 비정치성 자체가 아주 정치적인 기능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기존 가치체계와 위계질서가 붕괴된 시대야말로 이념적·정치적으로 훨씬 개방된 세상이라고 본다. 따라서 급격한 가치체제의 붕괴는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듯이 개탄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2차 근대성’을 위한 새로운 가치가 생성되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 사회는 ‘자유의 아이들’이 보이는 원심력이 긍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상황일까. 부산대 사회학과 김문겸 교수는 “한 사회의 근대적 성장이란 기존 체제를 둘러싼 원심력과 구심력이 끊임없이 긴장관계를 일으키며 이뤄져왔다. 프리터로 상징되는 젊은이들의 확대된 삶의 방식이 사회 속에서 긍정적으로 기능하려면 사회가 이들을 포용하고, 포용할 수 있는 중심이 서야 한다. 우리 사회는 그 중심축이 없기 때문에 우려되는 면이 있다. 이들의 삶이 비정규 노동으로 무차별적 이윤을 획득하는 자본주의적 고용관계 속에 묻혀버릴까 걱정된다.” 하루에 한번씩 하늘을 바라보는 오붓한 시간을 갖기도 어려운 형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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