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야기 ] 2003년12월17일 제489호 

[장세균] 국회의원들이 애석해할 일



장세균(47)씨는 환경전문가다. 장씨가 대학에서 환경 문제를 공부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환경 관련 시민단체에서 일한 것도 아니다. 그가 일한 곳은 국회 의원회관이었다. 15년 동안 ‘한우물’을 파다보니 그리 됐다고 한다. 장씨는 최근 보좌관 생활을 접고 환경벤처기업인 ‘FH’(For Human)로 자리를 옮겼다. 자동차 매연 절감 장치를 개발하는 회사다.

장씨는 1989년 13대 국회 때 보좌관(정기영 의원·평민당)을 시작하면서 환경 문제에 눈을 떴다. 국정감사가 부활됐던 당시 정 의원이 보건사회위원회(보건복지위와 환경노동위의 전신)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문제가 되는 현장을 밤낮 없이 뛰어다니면서 많이 배웠고 부족한 지식은 대학교수 같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다”고 회상했다.

이런 그의 열정은 의원들 사이에 소문이 났고, 14대 원혜영 의원실→15대 이미경 의원실→16대 한명숙 의원실로 이어졌다. 세 의원 모두 환경노동위에서 활동했고 시민단체들의 의원평가에서도 상위권에 들었다. 이 때문인지 현 정부 출범 당시 세 의원 모두 주요 장관 후보에 오르내렸다. 지난 정부에서 여성부 장관을 지냈던 한 전 의원은, 현 정부 들어 다시 환경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나중엔 저와 일하고 싶다는 의원이 여러 분일 때도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기준이 있었죠. 의정활동을 열심히 할 수 있는 초선의원이었으면 좋겠다, 참신한 이미지에 생각은 진보적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분들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이 저의 행운일 수도 있죠.”

그런데 꼭 행운만은 아닌 것 같았다. 장씨는, ‘모시던’ 의원이 다른 상임위로 옮기면 따라가던 보좌관의 ‘운명’을 거부했고, 환노위에서 함께 일하고 싶은 의원을 ‘고르는’ 수준의 정책보좌관이 됐다. 대학졸업장은 없었지만, 그에게는 땀으로 쌓아올린 전문성이 있었다.

16대 국회 후반기 한명숙 장관의 후임으로 전국구 의원을 승계한 박양수 전 의원이 국방위에 배속된 때가 그의 유일한 ‘일탈’이었다. 하지만 박 의원의 정책질의 가운데 상당수가, 환경의 사각지대였던 군 부대의 환경 문제였던 것에 비춰보면 의미 있는 일탈이었던 셈이다.

글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사진 이용호 기자 y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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