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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사람이야기 | 등록 2003.11.06(목) 제48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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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야기]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선의 ‘원주민 후보’ 에보 모랄레스(44)는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원주민 저항의 상징’일까, 아니면 ‘마약조직과 결탁한 무정부주의자’일까? 지난 9월, 1인당 국민소득이 950달러에 불과한 남미 최빈국 볼리비아에서 ‘가스 전쟁’이 발발했다. 볼리비아의 마지막 자원인 천연가스를 다국적기업들의 컨소시엄에 넘겨 미국으로 수출하겠다는 정부 정책 때문이었다. 정부는 민영화가 초국적 기업과 부패한 정치인들의 배만 불렸을 뿐 국가경제 발전과 삶의 질 향상에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고 비난하며 총파업과 도로봉쇄를 벌이면서 행정수도 라파스로 행진하던 시민들에게 발포 명령으로 응수했다. 70명을 웃도는 시민들이 살해당했고 전쟁의 불길은 대통령 퇴진운동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갔다. 결국 산체스 데 로사다 대통령은 미국으로 달아났다. ‘가스 전쟁’을 지휘한 인물이 바로 걸출한 원주민 지도자 에보 모랄레스였다. 한 원주민 마을에서 태어나 가난한 소년 시절을 보낸 모랄레스는 1980년 차파레 지역에서 독재정권이 어떤 농민을 노조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산 채로 불태워 죽였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분노한 그는 청년들을 조직해 노조활동에 앞장섰다. 그 뒤 1988년에는 볼리비아의 주요 코카 잎 생산지 차파레 지역에서 3만 가구를 아우르는 농민조합의 지도자로 뽑혔다. 나아가 1997년 볼리비아에서 최고 득표율로 연방 하원의원이 되었다. 모랄레스는 제약산업과 원주민 전통을 위해 허용되는 코카 잎 재배 면적을 더욱 넓히는 것이 원주민 농민들의 빈곤을 해결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정부가 미국 지원을 받아 불법 코카 재배를 근절하는 정책을 추진하자 농민들의 유일한 생계수단마저 빼앗으려 한다고 비난하며 ‘코카 전쟁’을 지휘했다. 이 사건으로 의회에서 추방당한 그는 사회주의운동(MAS) 정당을 결성, 2002년 6월 대선에 출마해 6만표 차이로 1위를 추격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코카인을 만든 것은 원주민이 아니라 바로 선진국의 기술자들이며, 자신들은 마약 유통에 찬성한 적이 한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볼리비아에서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감이다.
멕시코시티= 박정훈 전문위원 jhpark200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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